작곡동인과 연주 앙상블로 구성된 뮤직콘(MusiCon)은 2009년에 작곡가 김보현을 중심으로 창단된 순수 작곡 그룹이다. 지금까지 예술감독을 그가 맡고 있다. 금년이 창설 16주년이 된다. 주로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서울은 물론 각 지방에서도 작품 발표회를 갖고 있는 전천후형 작곡 단체다. 뮤직콘은 다른 작곡 단체들과는 달리 개성과 색깔(Identity)을 갖고 있다. 뮤직콘의 발표회는 연극과 침묵 그리고 영상과 전시가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종종 독일 작곡가들을 초청해서 발표회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번도 독일에 거주하는 작곡가 심근수와 독일 작곡가 헤르하르트 슈테블러(1949- )를 초청해 강남의 플래트폼 컨템퍼러리 아트센터에서 11월 7일에 공동 작품발표회를 했다. 이것을 적어보았다. 7일 발표회를 갖기 전에 며칠 간을 작품에 대한 세미나를 했다. 첫 순서는 시각예술가 김태중의 ‘빛이 들리고 소리가 보이는 시간’, 두 번째는 세바스티안 클리렌의 ‘재료를 활용한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을, 김보현의 ‘곡 작업의 구조적 단계에 관하여’를, 네 번째는 심근수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다섯 번째는 슈테블러가 ‘오서(誤書: 잘못 쓴 글자)와 헌신, 타자기와 관객, 동영상을 위한 현악 4중주‘ 등이 그것들이다. 세미나 제목들이 형이상학적이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현학적이다. 작품 발표회는 초청 작가를 제외한 한국 작곡가는 세 사람이 참여했다. 양영광(비올라를 위한 환한 형상), 이병무(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타원), 김보현(현악 삼중주를 위한 각기 그때마다) 등이고 김준수, 방희연, 이준, 이하은 등의 퍼포먼스로 ’보행자와 잡동사니를 위한 해프닝‘ 등도 공연이 됐다. 초청 작곡가 심근수는 ’현악 사중주를 위한 식생(植生: 모여 자라는 식물 집단)을, 슈테블러는 ‘타자기와 관객, 동영상을 위한 사중주’를, 세바스티안 클라렌은 ‘바이올린을 위한 감상적인 여정(G 선상의 아리아)’ 등 총 7곡이 발표됐다. 연주는 현대음악 앙상블 위로가 했다. 작품 제목과 세미나 제목에서 알다시피 작곡 발표회에서 흔히 듣고 보는 작품 양식과 형식은 아니다. 모두라고 할 정도로 20세기 중후반에서 일어났던 사조들의 변형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말해서 John cage(1912-1992)의 우연성 음악(aleatory music) 양식이라든가 아르헨티나 작곡가 Kagel(1931-2008)의 극음악 양식 그리고 국내의 백남준(1922-2006)의 행동음악(action music) 등의 변형같은 유형 등을 연상케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뮤직콘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운 창작의 길을 모색하려는 창작 이념은 높이 사고 싶다. 이번 작품 발표회를 통해서 뮤직콘은 창작의 지향점이나 사회적 기능이 어떤 것인가를 인지했을 것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가치성은 인간을 위한 예술의 기능이 되어야 한다. 변화된 21세기의 작금은 성숙한 예술이 아닌 실험 작업은 정체만 될 것이고 가치 하락은 물론 인간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그래서 음악이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 가치가 없다. 뮤직콘의 이번 기획과 발표 작품들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식 공유라는 면에서 국내 창작계에 피드백을 주었다. 그리고 발표 작품들도 창의성과 작품성도 있어보였다. 그러나 이번 뮤직콘의 발표회는 몇 가지 조언이 필요했다. 첫째는 창작 이념이나 양식들이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인 측면 접근을 절제했으면 하는 점이다. 세미나 제목이나 작품 제목을 보면 이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설은 사실이 아니다. 발표 작품들은 청중들을 감동주는 곡이 되어야지 그렇지 못하면서 작품을 지나치게 현학적인 측면으로 가공하는 것은 양심이 없는 사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뮤직콘의 색깔을 가지고 가되 완성도 있는 작품발표회를 만들어가라는 점이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감동을 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발표회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 번째는 창립 16주년에 걸맞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색깔있는 뮤직콘답게 음악 사조(The trend of music)를 만들어 보여주라는 점이다. 존 케이지가 우연성 음악 사조를 만든 것과 스티브 라이히(1936- )와 그 친구들이 Minimal music 사조를 만든 것과 같이 말이다. 양악 100년사가 넘는데도 아직도 국내는 이 점이 전무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것은 뮤직콘의 조직 체계가 완벽해야 되고 의식 구조가 변해야만이 가능할 수 있다. 이번 발표회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재미도 있었으나 감동은 덜 했다. 독일의 두 작곡가들을 초청해서 갖은 발표회는 글로벌 되가는 작금에 잘한 것이지만 누굴 데려다가 하는 행사로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창작 음악이 가야 될 지향점도 함께 가지고 갔어야 했다. 뮤직콘은 이제라도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어디로(where) 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발표회장이 형이상학적인 사고로 넘쳤으면서도 이런 점이 안 보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뮤직콘이 남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대도 크다.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인 생각들은 다 버리고 순수하고 정직한 작품들을 만들어서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발표회를 보여주었으면 더 좋을성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