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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오페라의 문제점과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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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아브라함   2015-10-16 18:23    조회 : 1364    추천 : 0   

한국 창작 오페라의 문제점과 지향점

 

/ 김규현(본지주필,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창작 오페라의 문제점

우리나라도 외국 못지않게 창작 오페라가 상당히 많이 만들어져 공연됐다. 1949년작인 현제명의 춘향전(이서구 대본)부터 금년 8월말에 공연한 이철우의 김락(2015연작)까지 약 66년간 만들어진 국내 창작오페라 작품은 수백곡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를 모아 창작오페라 전집까지 두 번에 걸쳐 출간(아브라함 음악사)한 일도 있다. 필자는 지방에서 공연된 일부 창작 오페라를 제외하고 모두 보았다. 그동안 보아 온 국내 창작 오페라들의 문제점들은 열악한 대본의 문제도 있지만 작곡에 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오페라 양식과 구조에 대한 정확한 개념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곡을 쓴다든가 심지어 가곡식 아리아와 성가 합창 수준의 합창곡을 모아 오페라로 명칭을 붙여 발표하는 작곡가도 있었다. 그리고 뮤지컬 같은 곡을 써가지고 오페라로 공연하는 작곡가도 여럿 있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잘 아는 작곡가들이다. 몇 년 전 국립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를 공모해 당선작을 공연해주는 창작오페라 팩터리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때 대본과 작품심사를 한 일이 있었다. 심사과정에서 응모한 작곡가를 면접하는 순서가 있어 오페라 양식에 대한 정의를 물었고 구성체와 그 기능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했다. 그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고 설명하는 작곡가는 일부에 불과했다. 국립오페라단 공모에 응모한 작품에 국한된 것이었지만 요즘 공연되는 곡을 보면 오페라로서 충분조건을 갖춘 곡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작곡가들의 성악과 대본(script)에 대한 무지도 문제다. 이렇다보니 아리아들이 부자연스럽고 가사전달이 불투명한 면이 태반이다. 오페라를 작곡한다면 성악지식과 문학에 대한 인지는 기본이 아닌가. 최근에 공연된 이철우 작곡 김락은 이런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쓴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사전달의 투명성이라든지 대본의 의미전달이 상당히 구체적인 표현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다. 국립오페라단이 공모한 곡이긴 하지만 또 하나 문제는 관현악작법(orchestration)이 오페라 반주에 적합하지 못하고 가곡이나 일반 합창반주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 창작오페라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극음악 반주이면서 극()적 표현양상이 결여 된 것이다.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 작품들을 보면 그야말로 노래와 연극이 철철 넘친다. 성악과 관현악파트의 유기적인 극적 관계가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작품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관현악 작법의 미숙이다. 오페라가 오페라다우려면 관현악 작법을 오페라 양식답게 만들어야 한다.

 

인지된 창작과 정체성 수립의 필요성

오페라는 음악 양식 중 독특한 곡이다. 연극이 있고 무용이 있다. 관현악도 있다. 그리고 노래와 합창도 있다. 음악양식의 모든 것을 취하고 있다. 창작오페라가 외국 오페라들과 동일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오페라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형태 양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곡쓰기를 해야 한다. 대본이 좋아야 좋은 곡이 나올 수 있다하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작곡가들의 능력저하가 더 큰 문제다. 오페라인 표현력도 서툴러 보인다. 이렇다보니 외국의 기존 작곡가들의 오페라 작품을 뒤져 훑어보고 오페라를 쓰고 있다. 좋은 작품이 나올 일이 없다. 오페라 아리아를 가곡수준으로 쓰는 것은 진정한 오페라라고 할 수 없다. 남의 곡(作品)도 오페라 중간에 도용(盜用)하는 것도 진정한 창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의 많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자신의 관현악 작품에 기존 선율을 차용한다든가 자국의 민요 등을 악장에 넣어 사용한 예는 더러 있지만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정체성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몇몇 오페라들이 여럿 있다. 이영조의 황진이나 장일남의 원효대사그리고 김동진의 춘향전정도다. 심청전도 우리 맛을 내고 있는 우수한 곡이다. 최근에 막 쏟아져 나오는 창작오페라들을 보면 오페라의 정체성이 결여 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요즘 이미 공연된 수백곡의 창작 오페라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재연의 가치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제명의 춘향전이 자주 공연되는 것은 재연의 가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모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가 의도적으로 한 창작오페라를 재공연 했는데 오페라 양식의 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해 다시 공연을 하고 싶지 않은 곡이라고 많은 오페라 단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곡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한국 창작 오페라 66년사에 창작 오페라가 자리매김을 하려면 오페라 단장들과 작곡가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가능할 수가 있다. 호남 오페라단의 조장남 단장 같이 창작오페라에 애착심을 갖고 최고의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작곡가들은 기존의 오페라들을 정확히 섭렵해서라도 인지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오페라를 만들어 내야 한다. 베르디의 오페라들은 정체성이 어떤 것이고 그 특성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푸치니, 바그너, 모차르트 오페라들도 오페라 작곡가들이 탐구해야 될 훌륭한 곡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바로크에 몬테 베르디의 오르페오, 고전의 모차르트의 오페라들, 낭만에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 등의 오페라들, 그리고 20세기에 베르크의 루루보첵등은 그냥 넘어갈 곡들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한국 오페라로서의 걸작이 나와야 한다. 베르디와 푸치니가 이탈리아 오페라를 만들었듯이 오페라 양식 개념을 파기해서라도 한국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 책임이 작곡가들에게 있다.

 

21세기 이야기를 담은 한국 오페라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들은 지나칠 정도로 오페라 주제가 영웅이나 신화 그리고 역사 인물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순신, 유관순, 안중근, 황진이, 논개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21세기 오늘에 맞는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나 역사적인 인물들을 오페라로 만드는 일은 무의미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오페라 유관순, 안중근, 논개등만 보더라도 일회 공연으로 그쳤다. 재연의 가치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의 경우 두 나라의 외국 작곡가들이 각기 다르게 만들어 공연까지 했지만 희소가치가 없어 재공연이 안 되고 있다. 이제라도 오페라 주제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과거 인물이나 사건보다 현재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80년대 중반에 장기공연했던 공석준의 실내오페라 결혼(1985년작)과 같이 현시대를 반영하는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인물들과 사건은 뻔히 아는 일이라 실효성이 없고 새롭지를 못하다. 20세기 전반부에 베르크의 루루보첵이 만들어진 것과 같이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 오페라가 나와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오페라들은 모두라고 할 정도로 옛날이야기나 과거 인물들을 조명하는데만 힘을 쏟았다. 이래가지고서는 세계적인 한국오페라를 만들 수가 없다. 습작수준의 오페라를 가지고 정체성있는 한국오페라도 만들 수 없다. 대학교수 작곡가가 오페라를 썼다고 해서 좋은 오페라가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장일남, 이영조, 이철우 같은 전문오페라 작곡가들이 나와야 한다. 이탈리아의 베르디와 푸치니 독일의 바그너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는 자국의 보배였다. 우리나라도 오페라 작곡가 보배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작금의 창작 오페라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 문제를 풀어간다면 더 좋은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 오페라답게 성악적인 보완과 관현악작법을 보완해간다면 훌륭한 오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죠지 거쉰이 미국 오페라 포기와 베이스를 만들었듯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한국 오페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작곡가들은 문제점을 정확히 직시하고 한국오페라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 오페라가 나오느냐 못나오느냐는 작곡가 자신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