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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40주년기념 합창 갈라 콘서트
[서울시향의 정명훈 같은 최고의 리더십(Leadership)이 필요한 국립합창단]
작성 : musicnews24   2013-06-22 13:02    조회 : 603    추천 : 0   

이번 국립합창단(이하 국립)의 창단 40주년기념 합창 갈라 콘서트(516일 국립극장 해오름)는 국립의 연주 20년사를 결산하고 그동안 국립과 함께 했던 사람들과 화합을 다진 자리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보였다. 7,8,90년대 국립극장 시대부터 재단법인화 된 2000년 예술의 전당 시대까지 40년사를 정리하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념콘서트가 당위성이나 명분이 궁색해 보인 점이다. 프로그램내용도 체계가 없어 보였고 다분히 차기를 위한 정치적인 냄새를 풍겼다. 적어도 40년사를 정리하려면 40년 동안 연주했던 작품들을 년도 별로 체계있게 정리해 그 역사성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 김규현(本誌 주필, 總會神大院 敎授,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명분과 역사기록 부재(不在)의 반쪽짜리 갈라 콘서트

국립의 과거 40년사를 더듬어 보아도 연륜만 40년이지 기념 갈라 콘서트를 열어야 할 명분이나 이유가 별로 없어 보였다. 국립보다 훨씬 먼저 창단했던 서울 시향이나 KBS향 등도 국립과 같이 시와 국가에서 운영하는 악단들이지만 창단기념 연주회나 기념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새삼스럽게 합창단 국립이 그것도 50년사도 아닌 겨우 40년간의 연주사를 내세워 기념잔치를 한 것은 위 두 악단의 자세와 비교해 볼 때 국립은 부끄러워야 할 것이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나이 60세가 되어도 환갑(회갑)잔치를 안 한다. 시대 상황변화도 있지만 할 명분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이 60세는 노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오히려 환갑(회갑)잔치를 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은 나이 40이 됐다고 불혹지연(不惑之年)기념 대잔치를 했으니 스스로 웃음거리를 자처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창단이나 창립 혹은 탄생 등 기념행사나 잔치는 반세기(50)100, 150, 그리고 200년 등과 같은 단위로 나누어서 기념행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긴 연륜과 명분만 있다면 의미는 있을 것 같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음악회니 바그너 탄생200주년 기념행사 등은 역사성과 위대한 작곡가의 탄생기념이라는 측면에서 할 명분이 있다. 물론 국립의 창단40주년 기념 음악잔치도 합창단의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과거 국립과 관계를 했던 음악가들과 결속(結束)과 화합의 자리라는 면에서 의미성과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역대 지휘자들을 무대에 세워서 과거에 이들이 지휘했던 곡들을 다시 지휘해 40년 연주사를 일부나마 보여준 것도 그런대로 의미는 있다. 문제는 전반적인 음악 갈라 콘서트의 부실한 연주와 체계없는 40년사 기록의 빈약성에 있다.

 

정치적인 국립이 아닌 음악으로 말하는 국립이 되라

국립과 탄생시기와 성격이 전혀 다른 서울시 합창단을 불필요하게 끌어들여 어울리지 않은 합동연주를 한 것이라든지 체계없는 백화점식의 산만한 음악잔치를 한 것 등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국립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국립의 지적 수준을 의심했던 것 중 하나는 갈라(gala 축제. 경축을 의미)콘서트를 하면서 과거 대구 지하철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해서 썼다는 레퀴엠(Requiem) 일부를 연주해서 음악잔치일부를 초상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일이다. 얼마나 국립이 생각없는 단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물론 40년 연주사의 한 획을 그은 장송곡을 연주한 것에 불과할 수는 있다. 지각이 있는 국립이라면 이것마저 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국립을 거쳐 간 역대 지휘자들이 5명이나 되고 모두 생존해 있는데 한 지휘자만을 제외하고 4명만 세운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고 현 지휘자의 입맛에 맡는 지휘자만을 골라 세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제외된 지휘자가 나이 많은 원로라고 해서 세우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외된 지휘자는 재작년 제주도립 교향악단 특별 정기 연주회까지 객원 지휘를 했다. 창단 40주년 기념 그것도 갈라 콘서트를 하며 자신들의 이념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빼버리고 반쪽짜리의 부실한 음악잔치를 한 것은 국립지도자들의 열린 모습은 아니다. 합창을 한다는 의미는 모든 이념과 불편함, 그리고 장애물 등을 초월한 화합의 미학을 낳는 일이다. 그런데 국립의 지도자들을 보면 합창을 만들면서도 화합의 미학을 낳지 못하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포퓰러리즘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국립과 동일한 재단법인인 서울시향만 보더라도 한 지휘자의 리더십(지도력)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립이 세계적인 합창단은 아니다. 그렇게 되겠다고 한다. 현 지휘자의 리더십의 유무가 관건이다. 이번 갈라 콘서트의 면모만 보더라도 서울시향 같은 세계적인 악단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품격있는 국립모습과 최고의 리더십 확보 필요성

1973년 창단 이후 국립은 40년간 국내 합창계나 합창지휘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7,80년대는 국립은 국내 합창지휘자들에게 우상(idol)같은 존재였다. 그때 당시는 전문합창단이 없었고 전문합창지휘자들도 전무한 상태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했던 최근(2000년 예술의 전당 시대)의 국립 면모는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국민들과 음악가들이 오히려 국립의 퇴보(退步)현상이나 품격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국립다운 진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연주나 품격이 하향곡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립합창단들의 엔터테이너 행태같은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향과 같이 품격있는 최고의 음악작품으로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국내 합창계에 본을 보여주어야 정상인데 이것이 잘 안 되고 있다. 무게있는 음악작품연주도 가뭄에 콩 나듯이 별로 들을 수가 없다.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최첨단의 최고 기술이 구사되는 작금에 국립이 세계적인 합창단이라고 자처하면서 이에 부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연주로 음악 만듦을 보여주지 못하고 질 떨어진 갈라 콘서트나 40주년 기념행사 같은 부실한 잔치를 열고 있어야 되겠는가. 이번 합창 갈라 콘서트는 국립이 세계적인 합창단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을 시켜준 안타까운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한심한 것은 40주년 기념 합창 갈라 콘서트 소책자(Brochure, pamphlet)에 넣은 다량의 각계 사람들의 주례사 같은 인사말과 축사다. 그리고 역대지휘자들의 인사말, 단원들의 얼굴사진, 데뷔 콘서트의 역대지휘자 얼굴사진과 합창 아카데미 광고 등 60여 페이지가 넘는 화려한 소책자를 만들어 국립의 홍보성 기사로 꽉 채운 것인데 40년 연주사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해 보였고 마치 학생들의 학예회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8페이지나 되는 26명의 축사라든가 9페이지나 되는 8명의 인사말 등을 넣은 것은 다분히 국립지도자들의 의도가 전제된 정치적인 냄새가 났고 작은 국립의 허세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러워 보였다. 국립 40년사에 왜 문화부 장관이 인사말을 해야 하고 역대 지휘자들이 인사말을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갔고 인사말 모두가 축사 내용인 것이 아이러니 했다. 인사말은 주취자인 이사장과 음악감독만이 해야 정상이다. 세계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립의 이러한 촌스러운 짓은 기네스북에 등재(?)감이고 부끄러운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창단40주년 기념 합창 갈라 콘서트는 국립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不在)가 초래한 국립 40년사의 오점을 남긴 부실한 합창음악잔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일을 또다시 초래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울시향의 정명훈 같은 지도력을 갖추고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關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