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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은 진정한 국립(國立)이 될 수 없나
작성 : musicnews24   2013-09-30 15:59    조회 : 1104    추천 : 0   
국립합창단은 진정한 국립(國立)이 될 수 없나
-제 149회 정기연주회를 듣고-
글/김규현(本誌 주필, 총회신대원 교수, 前 한국음악비평(평론)가협회 회장)

국립합창단(이하 국립)의 제 149회 정기연주회(9월 1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주일전(9월 6일)에 독일의 전설적인 원로 합창지휘자 헬무트 릴링(Helmuth Rilling 1933-)과 그의 악단 Bach-collegium stuttgart를 한화 클라식이 초청해서 서울모테트합창단(지휘 박치용)과 합동연주회가 국립과 같은 장소(예전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릴링의 현재 나이는 80세다. 허리도 구부정해 보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는 Bach 합창음악 해석의 권위자다. Bach의 합창작품 전곡을 음반(CD)으로 출반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다. 국립도 미국의 우수한 합창 지휘자를 초청해서 연주회를 일주일 뒤에 가졌다. 남가주대(USC)의 합창 및 교회음악과장인 조-마이클 쉬이브(Jo-michael scheibe)가 그다. 먼저 객원 지위자로 초청됐던 89세의 같은 나라 원로 합창지휘자 Western H. Noble이 갑자기 개인적인 사고로 대타로 쉬이브가객원지휘를 한 것이다. 두 합창단은 아마추어가 아닌 지명도 높은 전문합창단들이다.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됐다. 전문합창단이든 아마추어합창단이든 지휘자의 능력과 리더쉽의 영향은 지대하다. 그 능력과 리더쉽에 따라서 합창단의 음악수준과 가치 그리고 위상이 달라진다. 이런 현상을 이번 두 합창단 연주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은 우리나라 최고의 합창단이고 서울모테트도 최고의 반열에 서 있는 우수한 합창단이다. 이번 국립 연주회는 바로크음악인 Bach의 「singet dem Herrn」 단 한곡만을 연주했다. 그 밖에는 흑인 영가, 민요합창 등 Anthem식 합창 15곡들이 연주됐다. 이 반면 서울모테트연주회는 Mozart의 「Exsultate, Jubilate K. 165」를 제외하고 모두 Bach의 「Magnigicat」, cantata 등 Bach의 합창작품이 연주됐다. 국립의 유일한 Bach의 곡 연주는 한말로 말해서 흙탕물 같은 수준이었다. 합창소리가 거칠고 바로크 음악연주양식접근의 빈약이라든가 밀도 있고 조화 있는 앙상블 결여 그리고 발음의 불투명성과 그 독일언어의 뉘앙스 살리기 빈약 등 표현접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Bach의 단편적인 한곡연주만을 가지고 연주회 전체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다. 바로크 음악작품연주 중심이었던 서울모테트연주회와 비교 평가하려니까 국립의 Bach의 작품연주를 끌어내어 언급한 것이다.

몇 가지 교훈: 반면교사(反面敎師) 그리고 최고의 능력과 리더쉽 필요성
이번 국립의 정기연주회는 몇 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째는 최고의 합창단에 능력이 제대로 안된 지휘자를 세우면 최고가 아마추어 합창단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갑작스럽게 대타로 객원지휘를 한 조-마이클 쉬이브가 비록 지휘한 곡들이 자신이 선곡한 곡이 아니었지만 연주곡들이 난해한 곡들이 아닌 Anthem류의 곡들이라는 점에서 어려움 없이 완벽하게(완성도 높게) 음악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지휘력이 그의 화려한 프로필과 그의 능력과 걸맞지 않아 아이러니했다. 특히 그의 지휘는 작품 특성을 살려주는 바턴 테크닉 구사가 되지 못했고 작품에 내재한 음악을 충분히 끌어내어 만드는 지휘가 되지 못했다. 그의 지휘는 경직됐고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보였다.
두 번째는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세계적인 지휘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세계로 나아가는 국립이 되도록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을 마련코자 진행하는 해외저명지휘자 초청시리즈”(제 149회 정기연주회 전단 문구 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국립의 허구(虛構)를 이번 연주회를 통해서 스스로 드러내어 위상을 실추시켜 타 합창단들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준 점이다. 국립은 시립이나 아마추어 합창단들 보다는 달라야하고 품격이나 위상이 여러 층 더 높아야한다. 시립이나 아마추어합창단들이 하는 행태를 재현(再現)해서는 국립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국립의 의도와 철학이 분명했다면 선곡도 해놓고 객원 지휘자에게 지휘를 부탁했을 것이다. 이번같이 잡다한 소품들 연주는 국립의 몫이 아니다. 이번 국립이 연주한 곡들은 시립과 아마추어합창단들이 할 몫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고 한국이다. 전 프로그램이 교회음악작품연주였는데 국립은 교회성가대가 아니다. 이런 교회성가대 이미지를 주면서까지 국립이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운운하는 것은 자기기만(自己欺瞞)이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대표성을 갖는 국립위상과 최고의 지휘자가 필요함을 합창단 단원들은 물론 청중들까지 절실하게 느끼게 해 준 점이다. 국립의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은 이상은 대단히 큰데 미래지향적인 해결의 능력이 안 보인다. 철학과 능력 있는 지도자라면 이렇게 시립과 아마추어합창단들이 하는 연주를 안했을 것이다. 서울시향 같이 품격 있고 격조 높은 고전명곡연주를 통해서 국립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 가야만 한다. 시립합창단들도 안하는 ‘데뷔콘서트’나 작품성이 떨어진 미국 팝스타일의 아류 같은 국내 창작곡 연주회는 창작곡 활성화나 젊은 지휘자 양성과 자리 만들어주기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기는 하나 국립이 할 일은 아니다. 시립과 아마추어들이 하지 못하는 고전의 대곡 연주를 서울시향 같이 해가야 정상이다.

체제와 제도개선을 하고 대곡연주중심만으로 환골탈태하라
국립이 제구실을 못하고 저차원에서 정체되기만 한다면 국립의 존재 가치성은 없다. 한국의 능력 있는 합창지휘자 능력만큼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지휘자를 객원지휘자로 세우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데뷔콘서트와 불필요한 전임작곡가 제도를 없앨 것을 부탁한다. 위상실추이고 세금낭비다. 상임지휘자가 제대로 하면 된다. 편곡이 필요하면 외부에 얼마든지 능력 있는 편곡자가 늘비하다. 전임작곡가 제도를 두어 전임작곡가의 곡만 연주하겠다는 건가, 전임의 기능은 편곡 기능이 주가 될 텐데 불필요한 일을 국립이 벌이는 것은 아닌가. 오늘날 국립이 연주할 작품은 평생을 두고 연주해도 다하지 못할 정도로 대곡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지휘자와 합창단원들의 연주력과 지휘력의 유무가 문제다.
국립은 전천후 같은 합창단이라는 면에서 훌륭한 합창단이다. 여기에 능력과 리더쉽이 있는 지휘자가 이끌어 간다면 서울시향 같이 세계적인 합창단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립이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 합창단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다. 정부당국(문광부)이 올바른 판단과 인식을 하고 손을 써서 국립이 국립답게 제대로 굴러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해외 최고의 지휘자 초청시리즈 제1호로 미국 지휘자를 세웠으면서도 사설합창단 서울모테트 만큼도 감동을 못 준 허술한 정기연주회를 보여준 것은 창피한 일이다. 이제라도 국립은 서울시향 같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비록 먼저 번 객원지휘자가 개인사고로 대타 객원지휘자를 세운 연주회이긴 했으나 프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립의 악보읽기 연주만 보더라도 성의가 없어 보였다. 청중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기도 했다. 거무티티한 보면대를 앞에 세워 놓고 연주한 것은 프로 합창단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마치 아마추어합창단(한국남성, 포스메가남성합창단 등)들의 모습 같았고 40년사의 국립모습이 낡은 구닥다리로 퇴색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고 최첨단의 학문과 예술을 요구하는 작금에 국립만 변화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립은 시대변화와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정상이다. 시립과 아마추어합창단들과는 차별성 있는 면모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임지휘자가 제도화 했다고 데뷔콘서트나 전임작곡가 제도를 파기 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국립을 망치는 일이다. 국립은 변해야 한다. 지도자도 변해야하고 제도도 개혁해야 발전할 수가 있다.
서울모테트를 하루 저녁이나마 최고의 합창단으로 만든 헬무트 릴링 같은 지도자가 국립에 필요하다.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식을 가진 국립이 되지 말아야 한다. 최고의 음악 최고의 합창단을 추구하는 국립이 되어야 존재가치가 있다. 짜증과 피곤함만을 주는 작품성이 떨어지는 국내 창작곡들은 이제 걷어내고 고전 대곡(名曲)만을 연주해서 감동을 주라. 이번 국립의 정기연주회는 서울모테트 연주회 음악보다 한참 아래 수준이었다. 국립이 이렇게 된 것은 객원지휘자를 잘못 세운 국립 관계자들의 무지 때문이다. 능력 있는 지휘자 릴링에 의해 서울모테트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요즘 국립은 명칭만 국립이지 시립들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정체성(identity)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뚜렷한 국립의 특성이나 색깔이 없는 것이 그 원인이다. 국립을 시립합창단의 잣대로 끌어가지 말아야 한다. 국립은 정체성이 투명하지 못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진정한 국립(國立)이라면 한 나라의 대표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 나라의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국립은 국립인지 시립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헷갈리기만 하다. 진정한 국립이 될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