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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스타일’은 왜 없는가
작성 : brassnews   2013-03-13 14:47    조회 : 538    추천 : 0   

울산 스타일’은 왜 없는가

 

 

 

 

 

 

소래섭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반응도 뜨겁다. <강남 스타일>이 짧은 시간에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뮤직비디오 덕택이다. 얼마 전 <강남 스타일>은 온라인 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9천만 건을 돌파했다. 조만간 1억 건을 넘어서 한국에서 올린 동영상으로는 최고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사에서는 2억 돌파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강남 스타일>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패러디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북 스타일, 홍대 스타일, 평양 스타일, 전주 스타일 등 지역을 소재로 만들어지던 패러디 동영상은 최근에는 교회 스타일, 경찰 스타일, MB 스타일 등 다양한 소재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듯 패러디물이 수도 없이 양산되는 것은 본래 <강남 스타일>이 ‘강남’보다는 ‘스타일’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노랫말이나 뮤직 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노래는 ‘강남’이라는 지역의 특성과는 그리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 노래는 강남으로 대변되는 상류층의 삶을 조롱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비록 강남의 상류층처럼 호화롭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패러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강남’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무수한 패러디 동영상 중에 ‘울산 스타일’은 찾기 어렵다. 간신히 발견한 것은 <‘강남스타일’을 활용한 UCC 컨테스트>에 출품된 ‘울산 스타일’이라는 동영상이다. 그러나 울산의 여고생들이 제작한 이 동영상은 ‘대구 스타일’이나 ‘전주 스타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대구 스타일’은 사투리로 가사를 개사해 지역 정서를 살려내고 있고, ‘전주 스타일’은 비빔밥과 국악 등을 등장시켜 지역 문화의 특징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울산 스타일’은 싸이의 원곡을 배경으로 여고생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말춤’을 추고 있는 것이 전부다. 수고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울산의 여고생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굳이 이것을 ‘울산 스타일’이라고 불러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울산 스타일’ 동영상은 아직까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울산 스타일’ 동영상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까닭은 실제로 ‘울산 스타일’이 없기 때문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고 인구도 120만에 육박하지만, 아직까지 울산의 문화적 정체성은 모호하다. 광역시의 모습을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아 울산 전체를 아우를 만한 전통 문화에 대한 발굴은 더디고, 토박이보다는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아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동구 스타일, 북구 스타일, 옥동 스타일은 있어도 울산 스타일은 없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업도시’를 들먹일지 모르지만, 공업은 공업일 뿐 문화가 아니다. 공업도시라면 그에 걸맞은 문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 문화에 대해 공감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울산 스타일’이 나올 수 있다.

울산 스타일’이 모호한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울산 스타일’을 만들어보려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싱싱한 상상력으로 각종 패러디에 도전하고 있지만, 울산은 비교적 젊은 도시인데도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많은 축제와 공연을 통해 외지의 다양한 문화는 꾸준히 소개되고 있지만, 지역 고유의 문화에 대한 애착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려는 상상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 그런 노력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미흡하다. 돈으로 기존의 문화를 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려는 이들에게 돈을 대야 한다. 고래잡이를 합법화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고래를 예술로 만드는 상상력을 응원해야 한다.

싸이는 <강남 스타일>에서 자신을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라고 외친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원동력은 근육이 아니라 사상이다. ‘울산 스타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갈 데까지 가볼까”라고 외치는 “울퉁불퉁한 사상”을 장려하지 않는다면, 울산은 앞으로도 겉만 번지르르한 ‘근육 도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