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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작곡가포럼 신작가곡 발표회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8-11-15 19:04

8회 강원작곡가포럼 신작가곡 발표회

강원의 산하, 그 여백과 공간을 따라서

 

2018116() 오후 7KBS 춘천방송총국 공개홀

 

_이영진(한국음악비평가회 이사)

 

주로 강원도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모임인 <강원작곡가 포럼>의 신작가곡 발표회가 지난 116일 여덟 번째의 무대를 마련했다. 김현옥 회장의 강원대 사제 관계이거나 강원대 출신이 주축이 된, 회화(繪畵)로 비유하자면 이른바 그룹전 형태의 발표회였다. 열 세 명의 중견과 신진 작곡가들이 향토 시인의 노랫말에 가락을 붙여 우리 가곡의 확산을 8년 동안 이어왔다는 사실은, 척박한 강원도의 작곡 토양에서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가곡 발표회가 꼭 연주홀이어야 할 조건은 아니지만, 방송국 공개홀은 잔향음이 없는 대신 흠읍력이 뛰어나 작품을 연주하는 성악가들의 기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날 대체로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민성숙 곡 함박눈을 첫 곡으로 모두 열 세 명의 작곡가 신작가곡 열여덟 곡이 발표됐는데 작풍(作風)으로 분류하자면, 김동진 류()의 전통 가곡 정서를 따른 작품이 여섯 곡이었고, 현대어법으로 표현한 가곡이 다섯 곡, 나머지 일곱 곡은 색채감의 절충과 조성의 완곡한 변화를 주어 만들어진 곡이었다. 강원대 교수인 <강원작곡가 포럼>의 김현옥 회장은 초대의 글에서, “연주되는 18곡의 가곡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완성도 높은 작품들입니다. 또한 우수한 연주가들의 연주는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이들이 부르기를 기대합니다.”고 표현했다. <강원작곡가 포럼>8년 동안 신작가곡 발표회를 이끌어 온 가장 큰 취지는 우리가곡의 확산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가곡은 많은 이들이 부르기엔 부적절한 작품이 몇 곡 있었고, 선택된 노랫말(詩語)이 선율과 부조화를 이뤄 우리가곡 확산 취지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열 세 명의 작곡가가 동일한 색채와 어법으로 작품을 발표한다는 건 창작하는 이들에겐 치욕이다. 창작이 모방과 다름은 바로

다름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곡에 사용된 열여덟 편의 노랫말이 모두 다르듯, 곡 또한 상이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이다. 이날 발표된 가곡은 전반적으로 자연과 풍경(風景)을 노래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병두의 <함박눈>, 김계순의 <물안개>, 김찬순의 <채송화>, 임상규의 <붉은 노을>, 유수륜의 <당신은 우주입니다>는 시인들이 각자 자연을 노래한 전형적인 서정시(抒情詩). 이들의 시는 다른 시인의 노랫말에 비해 일정한 율()을 갖췄고, 결과적으로 편안한 선율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다행히 이날 이 노랫말에 곡을 붙인 가곡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선율의 아름다움도 많이 묻어 나왔다. 자연을 노래한 시는 아니지만 박용철 시 <떠나가는 배>, 이기찬 시 <해맑은 그대>에 김현옥이 곡을 붙인 가곡도 같은 맥락에서 널리 불려 질 소지가 족히 있어 보였다.

 

이날 발표회에서 가장 독특한 어법으로 곡을 쓴 이는 서홍준이다. 그는 현대음악을 공부한 작곡가답게 도입부와 종결악구에 노랫말을 독백 형식으로 처리했고, 반주음형 또한 독특한 색채감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해 냈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신작가곡 열여덟 작품 가운데 정형시(定型詩)의 모범을 보인 노랫말이 서홍준이 곡을 붙인 송병훈 시인의 <함께하소서>였는데, 서홍준은 이러한 정형의 틀을 과감히 깨고 난해한 현대어법으로 곡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독창성은 있으나 전체적인 작품 발표 정서에 불균형을 이뤘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같은 입장에서 한남명 시인의 <세월 따라 물 따라>에 곡인 붙인 김설향의 작품과, 최승호의 시에 곡을 붙인 등소염의 <봄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널리 불려 지기에는 많이 고민되는 작품들이다. 예외적으로 이외수의 시 <하늘빛 그리움>에 선율을 붙인 안성희의 곡은 시가 품고 있는 메타포를 심플한 반주 음형과 조화를 잘 이뤄 시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잘 승화시킨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8회 째를 맞이한 신작가곡 발표회에서 초연되는 작품을 최선을 다해 완성도를 높인 성악가 강혜정과 김순영, 민은홍, 김세일, 송기창, 김진추의 역할이 이날 돋보였던 점을 언급한다. 향후 <강원작곡가 포럼>의 신작가곡 발표회가 지향하는 것이 우리 가곡의 대중적 인식과 확산이라면, 굳이 차원 높은 예술성에 초점을 두지 말고 예술성을 배제하지 않되 많은 사람이 익히고 부를 수 있는 분위기의 작품이 발표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