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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윤 교수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9-06-27 13:39
원로 합창 지휘자 배덕윤 교수의 스승된 면모(面貌)

글/김규현 (前 한국 음악비평가 협회 회장·작곡가)

나의 스승
70여년을 살아오면서 스승의 은혜에 대한 중요성을 60이 되어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쳤거나 가르쳐준 사람’을 지칭한다. 이것은 사전적인 해석이지만 더 많은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한자로는 ‘先生’으로 쓰고 영어로는 ‘teacher’나 ‘master’로 쓰고 있지만 순수 우리말인 ‘스승’이 제일 마음에 든다. 필자에게 스승이라고 하는 분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신 분은 물론 사회에서 만나 오랫동안 사숙(私淑)을 통하여 깨달음을 주신 분도 스승으로 여긴다. 합창으로 만나 30여년 가깝게 모시는 원로 합창 지위자 배덕윤 교수가 그 좋은 예이다. 금년에 90대 중반이 되셨다. 배교수님(이하 선생님)을 90년대 초에 양재동의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한국 합창 심포지움(KFCM 주최)에 오셨을 때 만났다. 그 후부터 선생님과 나는 음악회를 보고 난 뒤 장소를 KFC Restaurant으로 옮겨 연주회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자정이 되기까지 벌렸다. 이런 관계로 가족같이 지냈다. 선생님은 음료수를 사셨고 필자는 음악회 티켓을 마련했다. 필자에게는 또 한 분의 스승이 계시다.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작곡가 하재은(1937- )교수님이 그 분이시다. 창작의 논리적인 사고(思考)와 곡 쓰기를 배웠다. 이 두 분이 안계셨으면 작곡가도 없을 것이고 비평가(평론가)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밖에도 사숙(私淑)을 통한 스승이 몇 분 더 계시다. 폴란드 작곡가 Penderecki(1933- ), 독일 작곡가 Stockhausen(1928- 2007), 영국 작곡가 B,Ferneyhough(1945- ), 프랑스 작곡가 Boulez(1925-2016), 이탈리아 작곡가 Berio(1925-2003), Nono(1924-1990) 등이 학생 시절에 사숙을 통해 스승으로 여겼던 분들이다. 위 세 분은 독일의 다름슈타트 현대 음악제에서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 일도 있었다. 학창시절(대학원)에는 위 작곡가들의 악보를 모두 모으려고 도서관을 뒤졌고 지금도 이 분들의 곡은 즐겨 듣고 있다.

배덕윤 교수를 말한다.
배선생님과 필자는 특별한 음악 관계가 있다. 앞글에서 언급했지만 연주회(주로 합창단 연주회나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보고서 토론을 하고 논쟁을 벌려 결론을 내려는 학문적인 만남이라 일반적인 다른 모임과는 전혀 다르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느꼈던 점은 선생님은 냉정한 분이고 원칙주의자의 모습이다. 합창단 지도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완벽주의자다. 연주회를 듣고 난 뒤 KFC Restaurant로 옮겨 토론한 내용들은 연주회의 문제는 무엇이고, 설득력 있게 잘한 점은 무엇인가. 더 보완해야 될 사항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지휘자의 문제점과 우수한 점은 무엇인가 등 해석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필자는 그 많은 만남을 통해서 합창음악의 본질과 해석 원리를 배웠고 한눈으로 합창 음악 사고를 하는 시야를 기르기도 했다. 작곡전공인 필자는 선생님을 통해서 인성(人聲)의 미학적 가치를 터득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서울음대에서 성악 전공을 했고 미국 유학에서는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80년대 중반 잠시 귀국해서 국립합창단 제 2대 지휘자를 역임했고 서울음대 합창 지도 교수를 역임했다. 선생님은 90년대 중반에 완전 귀국했다. 그동안 여의도 순복음교회 성가대를 지휘했고 갈보리 교회 성가대도 지휘했다. 미국에 계실 때는 Boston chamber orchestra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를 했다. 그때 당시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협연하기로 했다. 2000년대 초에는 제주시향을 객원 지휘했다. 서울음대 교수로 재직할 때 기른 제자들이 여럿 있다. 서울 모테트합창단 지휘자 박치용, 서울음대 성악과 교수였던 소프라노 김인혜, 고양시립합창단 지휘자 임한귀 등이 그들이다. 이 밖에도 많은 지휘자들이 있다. 선생님과 오랜 세월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했지만 선생님은 전혀 거짓말을 하는 일이 없으신 분이다. 핑계도 안 하신다. 그에게는 진실만을 보았다. 선생님은 자신을 자랑하는 일이 없다. 제자들을 끝없이 아끼고 비판하지 않는다. 단지 잘되라고 밀어주기만 한다. 요즘 합창계서 흔히 볼 수 있는 패거리나 최측근과 제자들을 줄 세우는 일도 안 한다. 제자들한테 대접이나 받고 지산의 세력 구축도 안 한다. 그리고 대학퇴임 때 자신의 자리를 제자로 심어 놓고 나오는 일도 안했다. 그리고 제자들로부터 존경받으려고 아부도 안 한다. 제자들한테 충성도 강요하지 않는다. 공과 사를 분명히 가려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서 합리적인 일처리를 한다. 이런 자세야말로 스승됨의 참 모습이 아닌가. 최근에 ‘통일행진곡’을 작곡해서 연주하기도 했다. 군포 프라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지휘 장윤성)의 송년 음악회에서 초연한 것이 그것이다. 선생님은 남북 간 전쟁 시 월남했다. 현재도 가족의 생사를 모르고 있다. 통일의 염원을 그리면서 통일행진곡을 쓰셨다고 했다. 통일 행진곡은 독창이나 합창으로 연주할 수 있게끔 피아노 반주를 붙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반주도 붙여 완벽한 음악이 되도록 했다. 통일행진곡 악보가 필요한 분은 선생님께 연락(031-393-3185)하면 악보를 받아볼 수가 있다.

참 스승된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선생님의 음악 철학은 논리적인 해석과 표현접근의 투명성이다. 그래서 articulation을 중요시하고 표현 접근의 구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생님과의 토론 중에서 가장 강조하는 몇 가지 사항은 ‘Rhythm과 articulation의 투명성’이다. Rhythm은 음악적 유연성(flexibility)있는 line 현상을 의미하고 articulation은 표현접근을 분명히 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diction의 정확성은 text의 nuance 살리기와 의미 전달 기능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강조한 것은 Vibrato 문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다. narrow Vibrato는 음악적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 필요하고 Straight tone은 절제성있는 표현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는 오늘날에도 선생님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승됨의 면모가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필자를 보고 제자라고 하는 일이 없다.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신다. 필자도 대학 제자들이 여럿 있지만 그들을 제자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필자가 스승됨이 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지(同志)라는 말을 주로 쓴다. 선생님과의 대화 가운데 한 주제는 소유하고 있는 책들과 악보와 음반자료들을 어떤 단체나 자료관에 기증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미 몇 년 전에 자신의 모교(서울음대) 도서관에 모두 기증했다. 필자도 선생님 같은 나이가 되면 선생님마냥 모두 자료관이나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이다. 최근에 선생님은 마음이 들떠 계시다. 사회적 분위기로 보아 ’통일 행진곡‘이 연주될 확률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통일 행진곡은 지휘자 정명훈 선생한테 기증도 했다. 지금은 전과 같이 선생님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로 가끔 만나고 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은 필자의 음악 인생에 큰 행운이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70이 넘는 음악인생사에 선생님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이제 철이 들어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니 필자가 대견하기만 하다. 요즘 백세 시대라고 하니 선생님도 백세까지 사셔서 우뚝 서서 활동하는 제자들을 보시고 보람을 느끼시며 건강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많은 스승들이 참 스승됨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작금에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덕윤 교수님 같은 스승이 계시다는 것은 음악계나 교육계에 자랑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