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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20-10-19 16:14
개성없는 동명(同名) 악단들의 마구잡이식 작명(作名)
이래도 되겠는가

글/ 김규현( 본지 주필,
前 한국음악 비평가협회 회장)

서울로 획일화된 악단들의 개성없는 간판
서울이란 간판을 달고 활동하는 악단들은 줄잡아 서울에만도 100여개가 넘는다. 즉,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 싱어즈 소사이어티, 서울 챔버 앙상블, 서울 신포니에타, 서울 챔버 코랄, 서울 스트링 앙상블, 서울 오라토리오 합창단, 서울 레이디즈 싱어즈, 서울 클래식 앙사블, 서울 솔로이스트 챔버 오케스트라, 서울 바로크 합주단, 서울시 합창단, 서울 바하 합창단, 서울 오페라단, 서울 심포니, 서울 모테트 합창단, 서울 기타 트리오,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 서울 타악기 앙상블 등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서울 간판으로 획일화된 악단들이 많다.
물론 활동 무대는 서울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이름인 서울은 서울 시립단체들의 전유물은 결코 아니다. 누구나 얼마든지 사용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마구잡이식 동일한 악단 작명(作名)을 해서 혼란을 초래하는데 있다. 서울시향이나 서울시합창단이라면 서울시 소속 단체라는 면에서 그런대로 서울 간판 달기는 명분이나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 서울이라는 간판을 달려고 노력하는 일부 음악가들의 의식이 문제가 있다. 서울이라는 명칭으로 하나의 특성없이 집합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권위와 프리미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음악가들이 서울 간판을 선호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부분의 국내 악단들이 자신의 악단 개성과 특성을 살려가는 데는 둘째 문제인 것 같다. 고만고만한 악단들이 개성없이 생존경쟁 속에서 서울이란 간판을 달고 존재하는 것 같이 보인다. 서울을 간판으로 하는 것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비판적이고 무의식적인 음악가들의 사고(思考)가 더 큰 문제로 보이고 있다. 시대는 변하는데 음악가 의식은 정체되었으니 이래서야 되겠는가.

헷갈리게 하는 악단 작명(作名)과 문제점
서울 내셔널 심포니(Seoul National Symphony)는 서울 국립교향악단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 물론 어휘의 해석적인 의미성보다 고유한 소리(발음) 자체로 악단의 간판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것을 서울의 국립교항악단으로 이해하지 서울 내셔널 심포니로 인지하지 않는다.
뉴 서울(New Seoul)이나 서울 로얄(Seoul Royal)심포니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발음자체의 고유한 소리만을 생각하면 별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어의(語義)와 함께 생각하면 두 악단명은 아주 어색해 보인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과대포장한 듯한 -新 서울, 서울 왕립 심포니로 곡해할 수도 있다. 물론 영어 악단명을 직역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누가 보아도 더 합리적이고 타탕성있는 악단 작명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악단들 명칭은 대부분이 유사성이 많고 개성이 없다. 그래서 일반 청중들에게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서울 심포니는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착각을 하게하고 있고 코리안 심포니는 한국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잘못 인지하는 폐단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말(韓國語)을 사용하면 악단의 위상과 품위가 떨어지고 외국말(外國語)을 사용하면 더 세계적인 악단(?)으로 생각(인식)해줄 것이라는 그릇된 선입관과 풍조를 버리지 않는 한 이런 비합리적인 사고(思考)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프라임(Prime)이니 프리마돈나(Primadonna)니, 로망스(Romance)란 간판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달고서 그에 걸맞는 값과 음악행위를 했는지 의문이 간다.
악단 간판만이 높게 달아 깃발만을 휘날리고 있지 악단 간판이 의미하고 있는대로 음악만들기를 못하고 있는 악단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내한공연을 갖는 외국 악단들의 명칭을 보면 상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리고 과장된 악단 간판을 보지 못했다. 자국의 도시명이나 음악가들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베를린 필이라든지, 뉴욕 필, 도쿄 필 등이 도시 명을 붙인 것이고 아르디티 현악4중주, 야나체크 현악4중주 등은 악단의 리더나 작곡가명(名 )을 딴 것이다. 이점이 국내 악단들에게 결여되어 있어 아쉽기만 하다. 국내 악단들은 특성과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타 악단 간판을 따라하기식 작명(作名)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국내음악가들의 이름을 악단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폐쇄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이것은 국내 음악계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반면에 국악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음악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악단 명칭이 다양하고 한국적인 정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국악앙상블인 「슬기둥」, 「어울림」, 타악기 앙상블인 「프리」, 「두레패」, 「김덕수와 사물놀이」 등이 그것인데 아주 바람직해 보인다. 편성자체가 양악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우리적인 악단 명칭이 자연스러운 면은 있다. 그러나 양악계도 창의적인 작명(作名)을 얼마든지 해 갈수도 있다. 국악계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제외하고 서울이란 간판을 한 악단을 별로 볼 수가 없다.

개성과 정체성을 가진 악단 명칭의 필요성
90년대 들어와서 싱어즈(Singers)란 명칭을 단 합창단들이 꽤 많이 탄생했다. 그리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간판달기는 미국의 영향이 지대한 것 같다. 합창단(Chorus)이란 일반적인 명칭을 피해 보자는 의도가 있기는 하나 그런대로 좋을 수는 없다. 요즘은 쾨이어(Choir)나 코랄(Chorale)을 쓰고 있다.
문제는 ‘서울’이란 간판붙이기와 같이 ‘싱어즈’란 간판붙이기가 한 묶음으로 획일화 되어가는 점이다. 무슨 싱어즈니 하며 싱어즈와 코랄의 남용이 청중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파현악4중주, 우룩현악4중주, 혹은 우룩 트리오, 안익태 관악 합주단, 박태준 성가단, 윤극영 소년소녀 합창단 등과 같이 국내 음악가들의 이름을 악단명으로 붙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더 친근감이 들 수 있다. 국내 악단들은 이제라도 타 악단과 유사한 명칭을 붙여서 어부지리식 신분상승을 꽤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주체의식과 개성이 상실된 남 따라하기식 작명은 없어야겠다. 그렇다고 국내 악단들이 전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자신들의 개성을 살린 악단 간판을 달고 있는 악단도 꽤 많다.
성을 딴 정 트리오, 안 트리오, 한 트리오 등이 있고 음악 시대사조나 작품양식의 특성을 살리며 활동하는 악단들도 있다. 서울 바로크 합주단(김민), 서울 바하 합창단(김명엽), 서울 모테트 합창단(박치용), 크리스천 코랄(백선용), 율(律)챔버 오케스트라(이기선), 대구의 모던 앙상블(김유리) 등이 그것이다. 시대변천에 맞게 과거의 구태의연한 악단 간판을 떼내고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작명(作名)을 해가야 한다.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 서울이란 간판과 싱어즈란 간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최고학문을 배웠다는 전문음악가들이 할 일이 아니다. 악단 명칭은 음악가들의 지적 수준에 걸맞는 신선한 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악단명에 외국어를 남용하지 말고 한국적 명칭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슨 소사이어티(Society:사회, 공동체, 조국, 집단, 단체의 뜻)니 무슨 Klang(음향)이니 하며 일반 대중들이 이해 못할 명칭을 사용해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없어야만 한다. 대부분 악단들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음악행위인데도 불고하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런면에서 국내 악단들은 주체성 찾기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성있는 악단 명칭 만들기 운동도 필요하다. 아무 특성없는 고만고만한 같은 이름의 악단들이 난무도 악단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음악가들은 최고 학문의 지적 수준에 걸맞은 악단작명을 해 가는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