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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20-05-12 13:18
편향된 레퍼트와(repertoire)의 재탕은
무의식의 소치(所致)
글/ 김규현(前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요즘 공연 단체들의 공연 작품들을 보면 관중이나 청중들이 좋아하고 수입도 올려주는 인기있는 작품들을 공연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해마다 혹은 공연마다 인기있는 한두작품만 재탕, 삼탕, 심지어 사탕까지 하는 공연 단체들도 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헨델의 「메시아」,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러시아 5인조 작품들, 그리고 뮤지컬 「명성황후」, 발레 「호두까기 인형」, 말러의 「교향곡 1번, 5번」 등이 그것이다. 과거의 「명성황후」는 국내 공연을 통해 수없이 재탕하다가 미국 공연까지 했다. 「명성황후」는 제작자의 의도를 갖고 태어났다. 세 작품(마술피리, 메시아, 합창)들은 가정의 달(5월)과 송구영신 때에 단골 메뉴들이다. 세 작품들이 가정의 달과 송구영신을 위해서 작곡되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관습화시켰을 뿐이다. 광복절과 삼일절이 되면 연주되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도 마찬가지다. 요식행위같이 보이고 그것을 들으면 과거 한 시대의 정체되어 있는 낡은 모습같이 들린다.

풍성한 레퍼트와 문헌에 어두운 지휘자와 연주자들
90년대 초에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씨가 외국마냥(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중국을 이야기한 오페라 「Turandot」 1926년작, 일본을 노래한 오페라 「나비부인」 1904년작) 한국도 세계적인 외국 작곡가가 작곡한 작품을 역사적으로 남기기 위해서 폴란드의 현대 음악 작곡가 Penderecki. krzysztof(1933년-2020년)한테 거금을 주고 위촉해 만든 「교향곡 5번 한국」이란 작품이 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연주되는 일이 없다. 과거 7,80년대에 외국 작곡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많이 쓴 일이 있다. 미국 작곡가 Harrison.L(1911년- )의 「낙양천」, James Wade의 오페라 「순교자 Martyr」 그리고 이탈리아 작곡가 Menotti(1911년- )의 오페라 「시집가는 날」 등이 그것이다. 외국 작곡가들이 한국 곡을 썼지만 국내에서 연주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제는 광복절이나 삼일절에 「한국환상곡」을 재탕만 하지 말고 20세기의 한국을 노래한 「교향곡 5번 한국」을 연주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늘날은 21세기의 열린 시대가 아닌가. 국내 예술계도 과거 레퍼트와만을 재탕하지 말고 변화를 해가야 한다. 이것은 시대적인 요구다. 매 년말만 되면 「호두까기인형」이라든가 「헨젤과 그레텔」 등만을 재탕하는 관습을 깨야 발전할 수가 있다. 매년 정월 초에 열리는 빈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를 보더라도 공연할 때마다 지휘자가 바뀌고 공연 작품이 요한 슈트라우스 1, 2세 작품들이지만 다양하게 변화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와 전문 합창단들의 매년 공연 레퍼트와는 대조적이다. 국내 공연 단체들의 레퍼트와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교향곡 1번, 5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라흐마니노프「피아노 협주곡 2.3번」, 뮤지컬 「명성황후」,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브람스의 「Requiem」, 모차르트의 「레퀴엠」,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등을 창조적 파괴를 해야 발전할 수가 있다.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레퍼트와가 필요하다. 요즘 공연 단체들이 Masterpiece 시리즈 붐이 일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 반면에 동일한 작품을 이곳저곳에서 재탕을 하고 있어 새로운 감을 떨어지게 하고 있다. 음악사의 큰 획을 그어온 걸작들이 천지로 널려있는데 찾지를 않는 것인지 문헌에 어두운 것인지 공연마다 답답하기만 하다. 레퍼트와를 과감히 바꾸라. 르네상스에서 근현대까지 레퍼트와는 무궁무진하게 많이 깔려있다. 문제는 지휘자나 연주자, 그리고 안무가들이 레퍼트와에 대한 전문 지식이 결여되어있는 점이다. 칼 오르프의 「carmina burana」 바흐의 「Mass in D minor」, 베토벤의 「Missa solemnis」과 「교향곡 9번」, 「말러의 교향곡 5번과 8번」, 스트라빈스키의 「Rite of Spring」, Penderecki의 「Dies irae」와 「누가복음에 의한 예수의 수난과 죽음」, 베르디의 「Requiem」등은 전문 지휘자라면 기본 레퍼트와가 되어야 한다. 요즘 합창계에는 국내 창작곡 연주를 많이 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외국곡 기피 현상도 많이 볼 수가 있다. 특히 독일어권의 작곡가들 작품이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독일어권 작품을 전혀 공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기피현상이 외국가사를 완벽히 인지하지 못하는데 있다.

데카당스(Decadence)식 공연은 비상식인 저품격
이 글의 초점은 레퍼트와의 창조적 파괴로 공연 작품 혁신을 해가라는 점이다. 오늘날 공연계는 새로운 작품을 공연하는 모험을 행하는 단체들이나 지휘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기 공연 때에 창작 현대 음악 작품을 한 두 곡 정도 연주하는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이 몇 몇 있기는 하다. 공연(연주)계가 좀 더 활성화되려면 공연 작품의 변화는 상식이다. 국내 공연계도 레퍼트와의 유행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요즘 오케스트라들은 러시아 작곡가들과 말러의 교향곡 연주에 바람이 든 것 같다. 특히 차이콥스키(교향곡 4, 5, 6번), 라흐마니노프(피아노 협주곡 2, 3번) 그리고 말러(교향곡 1, 2, 5번)의 연주가 그렇다. 합창 지휘자들이 아쉽게 하고 있는 것은 유튜브(Youtube)에서 떠돌아다니는 합창곡들을 건져다가 정기연주회의 주요 레퍼트와로 쓰고 있는 일이다. 전문 합창단 지휘자라고 할 때 그런 짓을 하지 말고 레퍼트와가 체계적이고 전문성있는 지휘자가 제대로 된 지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청중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유행가를 합창으로 편곡해서 연주한다든지 민요를 어설프게 편곡해서 연주하는 데카당스식 공연은 적어도 진정한 전문가라면 이런 비상식적인 저품격으로 청중들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연주곡의 혁신은 시대 정신이나, 시대의 수준과 일치하는 공연 문화를 낳아야 한다.

과거 관습을 버리고 시대 정신을 음악으로 말해주라
연말이 되면 「메시아」와 「교향곡 9번 합창」, 「호두까기 인형」 공연들은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게 공연할 때도 됐다. 「메시아」는 「carmina burana」로, 「교향곡 9번 합창」은 말러의 「교향곡 2번이나 8번」으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스트라빈스키의 「Rite of spring」으로 바꾸어 변화를 줄 때도 됐다. 공연계가 시대 정신을 갖고 변화를 해가야 한다. 과거 관습으로 정체되어 있으면 공연 문화의 퇴보를 할 수밖에 없다. 공연이 일정한 관습이나 편향된 작품만으로 공연한다면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다. 21세기 문화는 다양성이 주한점이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곳이 공연계(음악, 무용)이다. 그래서 콘텐츠의 변화는 공연계의 생사(生死)이다. 몇 몇 작품만을 매년 재탕하며 편향된 공연을 하는 것은 생명력을 상실한, 무가치한 서푼짜리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거의 관습이나 고정 관념을 못버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공연이 정체되고 시대를 역행하게 된다. 이제라도 예술가(음악가와 무용가)들은 현 시대를 올바르게 읽고 21세기 예술로 똑똑히 말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