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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악 콩쿠르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9-05-02 14:43
국내 음악콩쿠르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이영진(음악평론가. 뮤직뉴스 24 음악지도사 아카데미 교수)


포털 사이트 다음 국어사전에는 콩쿠르(Concours)의 정의를 음악·미술·영화 등의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기 위해 여는 대회로, 네이트 지식 검색에서는 음악 미술 영화 따위를 장려할 목적으로 그 기능의 우열을 가리기 위하여 여는 경연대회를 말한다고 유사하게 정의해 놓고 있다.
프랑스어 표기의 콩쿠르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고, 국제 음악사회 전반에 공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영어
의 Competition이다. 물론 영어의 Competition은 프랑스어의 Concours처럼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간결하게 경쟁, 시합,(경연)대회로 기술돼있다. 콩쿠르이던 컴피티션이던 그러한 용어가 어느 분야에 적용돼 사용되고 있다는 것보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과연, 오늘 날처럼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각종 음악 경연대회의 현실을 수요자(경연대회 참가자)들이 얼마나 분별력 있게 인식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나라 밖 현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http://www.wfimc.org)은, 유망한 젊은 음악가를 발굴할 목적을 둔 세계 각국에서 개최하는 음악콩쿠르의 가맹단체로, 1957년 설립된 유네스코의 산하 기구이다. 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선도하는 대략 40여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고, 그 회원 국가에서 개최하는 120여개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명망 높은 각 분야 콩쿠르가 소개되어 있다.
열여섯 개의 경연대회로 최다 콩쿠르 개최국인 이태리를 비롯하여, 독일과 프랑스가 각 열세 개의 콩쿠르와 열 개의 콩쿠르를 개최하므로 선진 음악국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고, 놀랍게도 동양권에서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를 제치고 일본이 열 개의 국제콩쿠르를 개최하여 음악콩쿠르 강국임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다. 네 개의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제주국제관악경연대회(Jeju Internatonal Brass Competition)』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서울국제음악콩쿠르(Seoul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그리고 통영국제음악제의부대행사인『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ISANG YUN COMPETITION)』의 세 개 대회가,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정식으로 가입돼 있는 공신력 있고 격조 높은 국제적 경연대회이다.

그런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제주・서울・윤이상콩쿠르의 공통점은, 국제적 표기를 영어로 했다는 점이고, 따라서 콩쿠르
(Concours)라는 프랑스어 대신 컴피티션(Competition)으로 사용했으면서 우리말 표기는 콩쿠르로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점은 소위 세계 3대 음악콩쿠르로 일컫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도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기는 『Queen Elisabeth Com petition』으로 되어 있고,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역시, 표기는 영문『International Tchaikovsky Competition』으로 돼 있으면서 영어의 Competition보다, 프랑스어 Concours를 훨씬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는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이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된 경연대회 가운데 다음과 같은 사실이 주목 할 만 한 부분이다.
세계연맹에 가입돼 있는 120여개 콩쿠르 가운데 분야별로 가장 으뜸인 대회는 피아노 콩쿠르이다. 자그마치 국제적 성격 또는 세계적 명성의 피아노 대회가 매년 혹은 주기적으로 각기 다른 서른 세 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피아노 부문과 같이 서른 세 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콩쿠르 경연분야가 다종목 대회이다. 동일한 대회 타이틀을 걸고 피아노, 현악, 성악, 작곡 등 여러 장르에 걸쳐 경연을 펼치는 대회 역시 매년 또는 주기적으로 개최된다. 이른바 세계 3대 콩쿠르라고 일컫는 퀸 엘리자베스와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대회가 다종목 대회인데 예외적으로 쇼팽 콩쿠르만 피아노 컴피티션으로 한정돼 있다.
피아노와 다종목 경연대회 다음으로 많이 개최되는 콩쿠르가 바이올린 부문이다. 바이올린 경연대회의 타이틀을 걸고 세계 열여섯 곳에서 주기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단일 종목 콩쿠르로 브라스 경연, 듀엣 경연, 플루트 경연, 뮤지컬 경연,목관악기 경연, 비올라 경연이 각기 세계 유일의 콩쿠르로 개최되어 지고 있고, 현악4중주, 기타아, 타악기, 오르간, 지휘와 같은 경연대회도 몇 개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몇 해 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와 성악부문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었던 한국의 음악도들은 2012년에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대등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가 3위에, 그리고 이미 지난 2월에, 권위 있는작곡 콩쿠르인 스페인 퀸 소피아 경연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홍준이 작곡부문에서 파이널에 입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국내 한 경제지 문화면에 보도된「콩쿠르 천재의 불가사의」란 제하의 기사를 인용한다.

『손열음, 임동혁, 신현수. 한국 음악인들은 어떻게 세계 일류가 되었나? 벨기에 최대 공영방송 RTBF가 이런 물음에 답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지난 달 19일과 27일 방영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리는 기간에 맞춰 한국인의 불가사의라는 다큐영화가 전파를 탄 것이다(중략). 제작팀이 알아낸 한국 음악인 성공 키워드는 무엇일까? 한국음악인들의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닌 조기교육과 열정, 치열한 경쟁으로 요약할 수있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음악적 기능과 기교를 완벽하게 습득한 다음에,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지로 유학을 가서 자율성과 창의력을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국제 콩쿠르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둬 이름을 알린 뒤, 세계무대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 음악인의 성공 코스다. (매일경제 2012. 6. 6 기사) 』

이러한 내용의 기사는 더욱 실감 있게 수치까지 제시하며 콩쿠르 입상 결과를 나열하였다. 한국 음악도들의 국제 콩쿠르 입상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998년부터 16년 동안 세계 주요 음악 경연대회의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은 모두 368명이고, 이 가운데 60명이 1등을 차지하여 다른 국가 출신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만 해도 2010년 성악부문 1차 진출자의 29%가 한국인이었고, 12명의 결선 진출자 가운데 5명이 한국인이라는 대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결국 동양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소프라노 홍혜란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 내용에 필자가 첨언하자면, 벨기에 공영방송 RIBF가 아주 중요한 대목에서 중대한 과오를 범하였다. 바로, 그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음악적 기능과 기교를 완벽하게 습득한 다음에,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지로 유학을 가서 자율성과 창의력을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 라는 대목인데, 과거 십 수 년 전까지는 이 내용의 표현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십년 전부터는 뜻밖의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지로 유학을 가서가 아니라 국제 콩쿠르에서 주목할만 한 입상자 대부분이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수학한 토종 음악도音樂徒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음악도 들에게 콩쿠르는 과연 필수 인가, 선택인가? 이것은 선택 필수를 떠나, 기량이 뛰어 나고 욕심 부릴만한 수준의 연주 능력을 가진 음악도이라면 누구라도 도전해 봄직한 과정일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콩쿠르가 지니고 있는 부가가치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음악 전공자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스펙(specification)이고, 도전이며, 커리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젊은 연주자들의 이력에 콩쿠르 입상 경력이 없으면 왠지 검증되지 않은 듯 하기도 하거니와, 아예 주목받는 연주가 로 대접받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경연대회라도 여기저기서 어떤 모양으로든 입상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달고 있으면, 당연히 상품 가치도 있어 보이고 연주도 훨씬 품격 있게 들리게 되는 마법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통 있고 명성 높은 대회에서 상위 입상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자 보증수표와 같은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욕심내지 않을 연주가 지망생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주어지는 별도의 혜택으로 인해, 아주 드문 경우지만 콩쿠르에 집착하는 이들도 있는데, 다름 아닌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병역특례이다. 2010년까지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된 123개 국제콩쿠르에 2위 이상 입상하거나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Seoul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ISANG YUN COMPETITION), 그리고 제주국제관악경연대회(Jeju International Brass Competition)에 1위 이상 입상한 경우가 특례대상이 되었으나, 2011년부터 쳬육계・무용계와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국제대회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브장송 국제지휘자콩쿠르를 비롯하여 세계적 권위가 인정된 28개 대회로 엄선하여 그 대상을 축소시켰다. 아무튼 병역특례를 위하여 콩쿠르에 도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연주가 지망생은 없겠지만, 국내에서 20개월간 공익근무 요원 신분으로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마련된 병역법 제26조 1항은, 세계적 연주가를 꿈꾸는 도전적인 젊은이들에겐 크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라 안 상황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된 국제콩쿠르가 123개로 소개돼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음악대회는 과
연 어느 정도일까? 수준 높은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음악대학 주최 학생콩쿠르와 예술고등학교 주최 대회를 제외하고, 국내 콩쿠르는 대략 1백 오십여 개(순수 클래식 음악부문)대회로 추산하고 있다. 추산할 수밖에 없는 근거는, 난립해 있는 경연대회를 정리하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구機構나 그 역할을 감당하는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과 같은 성격의 국내 음악콩쿠르한국협회라든가, 또는 유사한 기관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콩쿠르의 실상을 면밀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그나마 온라인으로 정보를 살피거나 공중파를 통해 얻어진 콩쿠르 정보를 종합해서 파악한 숫자이기에, 대략 1백 여 개 대회란 표현이 모호하긴 해도, 전혀 근거 없는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해야한다.
국내 음악콩쿠르를 개최 형태별로 분류하면 크게 방송・언론사 주최의 콩쿠르와, 재단 또는 협회와 같은 음악단체에서 개최하는 콩쿠르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내 콩쿠르가 비영리성 사업으로 개최되는 현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초부터 영리를 추구하려는 저급한 상혼이 바탕에 깔려있는 경연대회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대회는 일반적으로 피아노 음악학원생을 주 대상으로 하여, 일정한 수준이 되면 절대평가 방식의 심사로 대량의 수상자를 시상하는 형태의 콩쿠르이다. 대량의 수상자를 배출해야만 고객을 유인할 수 있고, 많은 고객을 불러 모아야만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간단한 논리이다. 최근에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표면화하여 관광성 수익사업으로 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음악경연대회를 주최하고, 지역 경기에 도움을 주는사례도 있는 실정이다. 장사가 되는 콩쿠르를 하는 셈이다. 상업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콩쿠르의 대형화로 많은 참가자를 무분별하게 끌어 들이는 대회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국내 상황이다.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대학생 일반에 이르기까지, 그것도 운동 체급 경기처럼 연령대별로 난이도를 적절하게 제시하여 여러가지 영역에서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초등부 저학년 피아노, 초등부 고학년 피아노, 초등부 저학년
바이올린, 초등부 고학년 바이올린, 하는 식으로 세분하여, 이것 역시 대량 시상을 전제로 입상자를 양산시킨다.
물론 부정적 측면만 얘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량 입상자 배출의 순기능도 있게 마련이다. 미래 연주가를 꿈꾸는 세대들에게 동기 부여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내용이야 어떻든 예술적 입장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분명하게 장려할 부분이다. 문제는 난립하고 있는 국내 콩쿠르의 상업화와 저급성이다. 이익을 창출하지 말아야 할 음악콩쿠르가 다수의 참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참가비를 수익으로 축적하고, 이를 입막음 하려고 많은 참가자들을 무분별하게 입상시켜 시상한다면, 이건 준엄하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사기극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사기극이 큰 거부감 없이 국내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일반적으로 콩쿠르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음악학원생 학부모와 학원의 자존감으로 비쳐질 수 있는 각종 콩쿠르의 입상 전적을 경력으로 삼으려는 학원장들의 기대심리가 공통분모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제 음악콩쿠르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맞이하여 늦었지만 국내음악계에 통렬한 자기비판과 반성의 기회가 도래하여야 한다. 경제논리에서가 아니라 수준 높은 콩쿠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이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랜 역사를 지닌『이화경향음악콩쿠르』나『동아음악콩쿠르』 처럼 음악인재 발굴의 등용문이 되고, 그 콩쿠르를 통하여 배출된 연주가
들이 세계무대에서도 수준 높게 대우 받을 수 있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할 콩쿠르가 육성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분명 강제할 수는 없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무분별한 옥외 광고물을 정비하듯, 가까운 장래에 난립하고 있는 국내콩쿠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한다.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콩쿠르의 저질시비를 떠나 진정한 음악인재 발굴의 등용문으로서의 순수한 기능을 감당하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콩쿠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표준화하여 국내에서 개최되는 콩쿠르 입상자가 곧 세계적인 연주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격조 높은 음악경연대회를 일구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콩쿠르의 연합체가 결성되어야 함이 매우 시급하다. 민간기구라도 좋고 문화관광부나 한국음악협회와 같은 관계 기관에서 솔선해 주면 더욱 마땅하다. 그래서 가칭 대한민국음악콩쿠르연맹 같은 기구를 결성하여 저급하고 상업성이 짙은 콩쿠르는 정리하고 질 높은 국내 음악콩쿠르를 장려하고 육성하는 근본을 세워 나가야 함이 시급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