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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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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휘자(김종현)
기사작성 : 아브라함   2017-12-26 14:15

합창지휘자들의 해석법 탐구(23)

 

-합창지휘자 김종현 편-

 

대담/ 김규현(본지주필,작곡가,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1. 대학에서 작곡전공하고 합창 지휘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선생님의 경우 어떤 계기로 지휘자가 되었습니까?

 

저의 경우는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따라가다 보니 오늘 여기까지 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정부기 교수님 아래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당시 대우 합창단을 지휘하고 계시던 윤학원 교수님이 합창 조교로 지명 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뭐 딱히 합창 지휘를 따로 공부한 경험은 없었지만 대학 재학 4년동안 윤학원 교수님이 지휘하셨던 중앙대학교 매스터 코랄에서 노래하면서 합창이 좋았기 때문에 겁도 없이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상황이지만 나름 열심히 그리고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합창의 묘미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1989년에 한국 합창연합회의 합창세미나에서 이스트만 음대의 합창 교수인 Donald Neuen의 특강을 보면서 합창도 전문성이 있고 공부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이스트만 음대 대학원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합격을 하면서 정식으로 합창지휘자로서 연마를 하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앙이 부족한 저이지만 하나님이 저를 주관 하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였습니다!

 

 

2. 합창단의 수준 (전문, 비전문)이나 연주회 성격에 따라서 선곡을 달리 할 줄로 압니다. 선곡의 노하우를 듣고 싶습니다.

 

합창곡을 선곡하면서 세가지 정도를 보통 고려합니다. 합창단의 구성원이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이 공감하는 내용과 음악적 기술적으로 단원들에 적절한지, 그리고 단원들에게 음악적/기술적으로 적절하면서도 도전이 되는지 생각하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고 곡을 골라 왔습니다.

 

미국의 대학에서 재직하는 20여년 동안은 학생들이 공부하여야 하는 곡과 그들이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곡을 적절하게 섞는 것을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재직하였던 미국 대학의 합창단은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비율이 약 반반 정도이었습니다. 매년 첫 학기에는 신입생들이 언제나 ¼정도 있으므로 그들이 성악적/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적절한 레퍼토리를 먼저 선곡하였습니다. 새 합창단이 앙상블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일단 소리를 건강하게 낼 수 있고 레가토, 마르카토, 스타카토 등의 성악 아티큘레이션을 공부 할 수 있으며, 비교적 조성이 간단하고 음악적인 모짜르트와 하이든의 곡을 한 두 곡씩 꼭 포함하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단원들이 여러 다른 스타일을 경험 하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르네상스에서 민속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합창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음악성이 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을 가진 감동적인 합창곡을 우선하였으며, 좋은 노래말을 가진 합창곡을 선호하였습니다. 첫 학기와 두 번째 학기의 레퍼토리에도 조금 차이를 두었습니다. 첫 학기는 성악적인 훈련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두 번째 학기는 언제나 조금 더 도전적인 합창곡을 찾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학 합창단의 지휘자는 모두 공감하는 그런 선곡 방식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프로 합창단인 인천시립합창단을 지휘하게 된 후로는 제가 가지고 있던 레퍼토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재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지휘자로서 제가 좋아하고 지켜가야 하는 합창 음악과 관중들이 듣기 좋아하는 합창곡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여야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관중들이 좋아하는 쉽고 친근한 음악만을 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으며, 어떻게든 그들을 좋은 합창곡들을 접하고 친근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연주 전 곡 해설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 합창의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하여 애쓰셨던 윤학원 전임 감독님의 사명 의식에 저도 크게 공감하기 때문에, 그 일을 지속하여 가고자 하였습니다. 시립합창단의 존재 이유중의 중요한 하나는 좋은 한국 합창 레퍼토리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끌어가는 사람이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기본 전제를 잊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3. 연습 전에 선곡한 작품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그 연구과정을 말씀해 주시고 기존 CD DVD LP등을 어떻게 활용하십니까?

 

우선, 기존 CD DVD LP등과 더불어 최근에는 youtube라는 대단히 좋은 테크놀로지가 우리 가까이에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것들의 활용 용도는 곡을 고르는 단계에서 어떤 곡인지 한 두번 정도 들어보는 것으로 매우 한정적이고, 곡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듣지 않으며, 다양한 템포를 듣기 위하여 여러 지휘자의 연주를 비교하는데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지휘자로서의 성패는 연습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으며, 이 리허설의 성패는 철저한 악보의 분석 공부를 통하여 악보를 소리로 형상화하는 과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철저한 악보 분석을 통하여 리허설을 이끌 수 있는 확실한 마음속 소리 측정기 (measuring stick)"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구조적인 분석을 통하여 작품 내부를 살펴봅니다. 이 분석은 작곡자의 음악적 언어와 작곡기법, 작품의 짜임새 등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일단 악보를 잘게 쪼개어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이 작은 부분들이 어떻게 큰 구조를 이루어 가는지 그들의 상호관계를 살피고 이해하려 합니다. 악곡의 구조가 분명하게 되면 작곡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정리가 되고 비로소 연주가 관중들에게 조리 있는 말로 전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역사적 스타일적인 분석을 통하여 작품 외적인 증거를 살펴보고 그 작품의 다양한 악보 판과, 역사적이고 스타일적인 요소들과, 작품이 쓰여진 시기의 연주의 관습, 작곡자와 작사자의 생활과 작품 성향 등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이해하게 됩니다. 이 분야의 이해를 통하여 작품에 맞는 소리의 색과 무게를 찾게 됩니다.

 

셋째로, 성악 분석을 통하여 합창단원들이 노래하면서 마주치게 될 성악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미리 예상하고 그 해결법에 대하여 준비를 하는데 합창을 하면서 리듬이나 음정의 문제들은 합창단원들이 그 부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노래하는 줄을 몰라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휘자는 바로 그 안 되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하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스코어 마킹 (스코어 재 편집)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할 저의 귀를 준비합니다. 철저한 스코어 마킹을 하는 목적은 마킹을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마킹을 하는 과정이 음악을 배우는 과정을 도와주며 음악을 조리 있게 이해하고 풀어 설명할 수 있도록 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잘 정리된 상태로 스코어를 마킹하는 것은 리허설을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고 지휘자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음악을 시각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코어를 잘 마킹 하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스코어를 배우는 과정을 빠르게 하여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음악적인 요소들이 지휘자의 머리속 귀에 분명하게 정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나의 관심을 음악의 4 요소 (리듬, 음정, 음색, 강약 )에 집중하게 되며 성공적인 리허설을 이끌어 갈 수 있은 소리 이미지의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어서 스코어 마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4. 이번에는 리허설 테크닉을 듣고 싶습니다. 연습시작 전에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소리 다듬기 (발성)을 하는지 알고 싶고 연습 시 가장 비중을 두고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리허설을 한다는 것은 지휘자가 자신이 마음속 귀에 그려낸 악보의 소리를 단원들의 복합적인 소리 안에 심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허설을 진행하여 나가면서 합창단이 그려낸 소리가 지휘자가 형상화한 소리로 접근하게 되며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일된 소리의 그림을 표출하는 책임은 합창단원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단원은 내 음악을 만드는데 중요한 동반자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리허설을 두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하며 진행합니다. 첫째는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영역 (음정 리듬 박자 화성 등)이고 두번째는 음악적이며 예술적인 영역 (프레이징, 강약 등) 드라마적인 요소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리허설 테크닉은 한 번에 한 가지 요소씩 그리고 한 겹씩 가르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ayered learning). 합창음악은 다양한 음악적인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복합적인 예술이므로, 언어와 마찬가지로 음악도 한번에 한 겹씩 단계적으로 참을성 있고 일관되게 가르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허설에서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생의 역할 입니다단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노래하는 음악의 소리의 이미지를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의사 소통하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가는 것입니다. 합창음악의 궁극적인 연주자는 단원이기 때문에 그들이 나만큼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발성시간은 말 그대로 소리를 푸는 일반적인 발성과 각 곡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테크닉을 다루는 구체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매일 연습 전, 그리고 연습 도중 곡을 바꾸기 전에 시도 합니다. 항상 소리가 긴장되지 않고 풍부한 호흡 위에서 경직되지 않게 노래할 수 있도록 자세와 호흡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 시키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5. 주관적인 해석을 하십니까 객관적인 해석을 하십니까? 절충도 하는 방법도 있고요. 재해석 문제는 어떻습니까?

 

해석의 답의 악보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곡이던 해석을 하면서 김종현 방식의 해석이라는 말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면 저의 음악이 아닌 작곡자가 의도하는 소리를 찾는 것이 해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가 선호하는 템포와 소리의 색등 주관적 해석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들 또한 객관화 되어서 노래하는 단원들과 관중 대다수가 긴 설명 없이 공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석이 객관화 된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음악을 하는 직업이 아니며 작사/작곡가의 목소리를 그들이 의도하였던 대로 찾아내고 그것이 노래하는 사람을 통하여 듣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6. 악보에 dynamic, tempo, expression 기호 등이 없을 경우에 어떤 기준 하에 그것을 설정하십니까? 기호가 있을 경우 얼마나 반영 하십니까?

 

작곡가의 악상 기호는 최대한 반영되어 음악화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연주 전문가이므로 가끔 조절을 하여 작곡가의 악상 기호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기 않도록 매우 조심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음악이나 바로크 음악에는 악상기호가 없는 것이 그들의 전통이므로 그 시대의 관습을 이해하고 공부를 하여 그들의 방식을 찾아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각 역사 시대마다 그들만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표시를 안 하면서도 표현하는 것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여 내가 느끼는 대로 해도 좋다는 허락이 아님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낭만 이후의 곡에서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악상기호가 있기 마련이므로 그들이 의도한 악상기호를 충실하게 따라 음악을 작곡가가 그린 소리로 재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여야 하며, 강약을 그저 크고 작은 소리, 템포를 단순히 빠르거나 느린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이러한 악상기호가 음악을 표현력 있게 만드는 결과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7. 연습한 음악이 어느 상태가 되었을 때 무대에 올리는지요? 그리고 가장 최고의 해석과 최고의 연주는 어떻게 연주된 음악일까요?

 

음악이 어느 상태가 되었을 때 무대에 올린다고 말하기 보다는 지휘자가 철저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리허설 플랜에 따라서 연주 때에 합창단이 최상의 상태로 노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곡을 이해하고 어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습을 하고, 합창단이 얼마만큼 연습을 하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란 철저한 음악분석과 악보의 소리형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효과적인 리허설 테크닉을 통하여 합창 단원 개개인이 가진 능력이 앙상블 안에서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우선 제가 악곡의 공부를 통하여 작곡가의 의도를 풀어내서 단원들이 생각하며 노래하도록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단순히 기교가 뛰어난 합창은 감동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장기자랑에 그친다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테크닉이 보이면 불편합니다! 테크닉이란 음악을 표현적이고 감동을 만드는 수단이지 테크닉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연주에서는 지휘자도, 합창단원도 무대에서 사라져야 하며 연주를 마친 뒤 남는 건 오로지 소리와 이야기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소리가 가슴으로 전해져 먹먹한 감동으로 남는 것, 그것이 바로 뛰어난 합창이 아닌가 합니다.

 

8. 추구하는 합창 소리는 어떤 것이고 인천시립합창단의 tone color를 말한다면 어떤 소리 일까요?

 

합창의 미학은 여러 사람이 함께 소리를 모아 두터운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창소리는 우선 아름다워야 하는데 아름다운 소리는 온몸을 악기로 사용하여 깊은 곳으로부터 노래하여 공간이 풍부하고 자연스럽고 유연하며 울림이 많은 소리들이 잘 블렌딩 된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기관들이 충분히 이완되고 효율적이어서 자음이 분명하게 구사되고 열린 모음으로 말이 잘 들리는 딕션으로 곡이 가지는 드라마를 표현하는 것이 좋은 합창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 시립합창단의 음색은 하나의 tone color로 정의 되기보다는 노래하는 음악의 특성과 스타일에 맞는 다양하고 유연한 소리를 갖기를 위하여 노력하고자 합니다. 천의 소리를 가진 합창단이 된다면 바로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음악가 (지휘자)는 누구이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갑자기 음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적극적으로 격려하여 주고 단단한 음악 이론의 바탕을 닦아 주셨던 신일 고등학교 음악교사 한태근 선생님, 대학에서 매스터 코랄을 통하여 합창의 여러 측면을 경험하게 하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합창의 초석을 심어 주셨던 윤학원 교수님, 대학원에서 작곡가로서의 통찰력과 음악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말없이 보여주신 정부기 교수님, 그리고, 저 자신보다 저의 가능성을 더 믿어주고 끝없이 격려하여 주었으며, 지휘자가 지녀야 하는 기술과 음악에 대한 태도를 열정적으로 보여주며 가르쳐 주었고 제가 어떤 선생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 Donald Neuen, 유달리 가사의 의미에 대하여 강조하며 내게 음악이 기술이 아닌 철학이며 생활이라는 태도를 가르쳐준 Charles Smith, 그리고 지휘자는 단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여 준 Helmuth Rilling등이 합창지휘자로서 내 모습을 완성해 오는데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또한 저는 제가 가르친 평범한 학생들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돈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해오던 저와는 달리 그들 중 많은 아이들의 음악에는 자신들의 삶의 애환이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특히 합창은 엘리트들이 하는 음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모아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그들을 통하여 갖게 되면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 통째로 바뀌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10. 합창 지휘는 자신에게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합창 지휘 철학을 끝으로 알고 싶습니다.

합창은 사람들이 모여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예술이고 궁극적으로 연주자가 관중과 함께 모두가 공감하여야 감동이 일어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쉬운 곡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수 있고 반대로 음악적으로 매우 어려운 곡이어도 공감을 이끌어 내었을 때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음악이 아닌가 합니다. 작사/작곡가가 악보를 통하여 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지휘자인 제가 성실하게 찾아내어 합창단원들에게 공감을 얻고, 그들이 능동적으로 그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로 노래하여 관중들이 공감할 때 비로소 합창 예술의 사이클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합창음악은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음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휘에 대한 철학은 경험과 나이 그리고 지휘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어서 합창지휘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지휘에 대한 저의 생각은 아직도 계속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별로 뛰어나지도 않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이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뛰어든 미국 유학을 통하여 저만의 합창에 대한 소신을 조금 갖게 된 지금까지를 뒤돌아 생각하여 보면 정말 헌신적이고 저보다 저를 더 믿어 주신 몇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방식으로 저를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제가 모르는 저의 장점들을 찾아서 격려하여 주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그들의 모습에서 가장 이상적인 합창지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휘에 대한 저의 철학을 말하자면 지휘자란 철저한 음악적/스타일인 분석과 악보의 소리형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효과적인 리허설 테크닉을 통하여 합창단원 개개인이 가진 능력이 앙상블 안에서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 종현 프로필

 

중앙대학교 음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작곡전공)

미국 이스트만 음대 대학원 석사 (합창지휘전공)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대학원 박사 (합창지휘전공)

 

미국 유타주 딕시 주립대학교 음악과 교수 (Tenured) 겸 사우스 웨스트 교향악단과 합창단 음악감독, 딕시 주립대학교 콘서트 콰이어 지휘자 역임, 1996-2002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 대학교 음악과 교수 (Tenured)겸 대학원 음악과 과장, 린치버그 코랄 유니온과 린치버그 대학 콘서트 콰이어 지휘자 역임, 2002-2017

린치버그 대학 명예교수 (Emeritus Professor), 2017

 

현재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성결 대학교 프라임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