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포만 현대음악제 추억과 기대

글/김규현(前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垷 작곡가협회 자문 위원, 대구 국제현대음악제 고문, 총회신대원 교수, 작곡가)

현대음악제의 대장정을 열다

금년이 30주년사가 되는 합포만 현대음악제(이하 음악제)는 국내의 그 많은 현대음악제들과는 달리 독특한 면이 많다. 작품 연주회를 음악제의 기본 중심체로 두면서 기상천외한 프레임워크, 그리고 다양한 내용들은 음악제를 더욱 신선미있게 만들어주는 면모를 보면 그렇다. 특히 매해마다 주제 설정의 아이디어는 창의성이 있어 보였고 필자를 놀라게 했다. 오프닝콘서트를 미술관(마산 문신미술관 전시실)에서 연다든가 현대무용과 전자음악의 만남(2012 10월 19), 국악기만의 창작 음악회(2014. 10월 7일) 그리고 현악기, 타악기, 목관악기 등만의 창작음악 발표회 등이 그것이다. 필자는 합포만 음악제 초청으로 두 번 다녀왔다. 국내 작곡 단체들이나 현대 음악제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해보았다. 하나는 음악제가 끝나고 나서 음식점에서 발표 작곡가들이 작곡 의도와 작곡 기법 등을 돌아가면서 발표하게 한 음식점 세미나(?)이다. 국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또 하나는 필자가 머물렀던 호텔의 로비같은 단독 방에서 이루어진 발표 작곡가들의 자작곡 설명과 작곡 토론방을 주최 측과 상의해서 마련한 열린 작곡 토론을 한 것이 그것이다. 작품 발표 작곡가들이 마음을 열고 토론을 했는데 그 모습이 진지했고 서로 마음을 열고 공부하는 자세가 높이 살만한 자리였다. 물론 식당 세미나와 같이 필자가 진행을 했다. 그때 당시 토론자들은 현재 대학 교수가 다 되어 있다. 요즘도 서울의 작곡 발표회들을 끝나고 합포만 음악제에서 했던 일들을 해보려고 해도 주최 측이나 작곡가들이 마음을 열지를 않아 아쉬움만 갖고 집에 돌아오곤 한다.

합포만 음악제 역사 쓰기의 의미

그때의 합포만 음악제의 추억을 요즘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음악제가 금년이 30년사가 된다고 한다. 30년을 꾸준하게 사심없이 자신의 일같이 만들어온 최천희 음악감독을 높이 사고 싶다. 그의 합포만 현대음악제 사랑과 역사 쓰기는 한국 현대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고 그 역사 쓰기는 또한 한국 음악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음악제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들은 다들 열린 마음과 개방적인 사고로 음악제를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 발표 작곡자들만 보아도 지역 작곡가들을 포함해서 전국의 훌륭한 작곡가들과 세계의 유수한 작곡가들의 작품들까지 발표하는 자리를 보면 그렇다. 음악제 30년이면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현대 음악 문화 계몽이 잘 되어 있을 것이다. 음악제의 존재 의미는 음악가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지역 주민들의 음악문화 향수와 계몽을 위한 기능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합포만 음악제가 서른살의 어른이 되기까지 이렇게 실전해온 것 아닌가?

몇 가지 말씀

끝으로 합포만 현대음악제의 발전을 위해서 몇 가지 부탁 말씀을 하겠다. 첫째는 음악제 30년사에 부응하는 합포만 음악제만의 정체성 수립을 해가는 일이다. 세계의 현대 음악제들 같이 차별성있게 만들어가는 일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마냥 이제라도 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해보라는 점이다. 대상은 누구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면 좋을성싶다. 세 번째는 시민 초청 ‘현대음악 대잔치’를 열어 현대음악 문화를 소개하고 경험케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는 음악제나 작곡 단체들은 국내에 전무이기에 하는 말이다. 네 번째는 합포만 현대음악제 50년사나 100년사를 책자로 만들 준비를 해가는 점이다. 30년 역사가 빛나는 음악제 기록을 책자로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역사서를 만든 국내 음악제들은 아쉽게도 없다. 30년 음악제에 두 세 번 다녀오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최천희 감독과 운영위원들을 보면 기대감이 커진다. 과거 필자의 합포만 추억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음악제가 독특했고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음악제에 대한 필자의 기대는 매우 크다. 30년 간의 독특한 성숙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합포만 현대음악제의 발전을 기원하고 그 역할을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