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70주년 기념으로 열린 제 12회 대한민국 예술원 음악회(10월 19일 IBK 챔버홀)를 들었다. 국악에 이재숙 회원의 가야금 연주, 황병기의 ‘달아노피콤’, 피아니스트 신수정 회원과 이경숙 회원의 모차르트의 ‘두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중 2악장과 3악장, 바리톤 김성길 회원의 아르헨티나 작곡가 구아스타비노의 연가곡(6 songs), 한국 챔버 오케스트라 일부 단원들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회원과 첼리스트 나덕성 회원, 그리고 작곡가 나인용 회원의 초연 가곡 두 곡 등 여덟 분의 연주가 있었다. 유일하게 가야금 연주로 참여한 이재숙 회원의 황병기 ‘달아노피콤’ 연주는 국악의 음악 미학을 다른 차원에서 보여주었다. 국악의 원형 노출이 아닌 새롭게 생성한 연주가 그것이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회원과 이경숙 회원의 모차르트의 ‘두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중주는 균형감있는 모차르트 음악의 최고봉이었다. 두 연주자의 완성도높은 해석 접근과 표현 접근은 최고의 감동적인 연주를 낳았다. 바리톤 김성길 회원은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없는 귀한 연가곡을 연주했는데, 그야말로 성숙한 창법의 아름다운 가곡이 좋은 융합을 이룬 완벽한 연주를 했다. 그리고 작곡가 나인용 회원은 가곡 두 곡을 발표했다. 신갑순 시의 ‘서귀포’와 정현종 시의 ‘고통의 축제 2’가 그것이다. 나 회원이 그간 추구하고 있는 한국적인 현대음악의 참모습을 보여준 자리였다. 특히 21세기의 나인용 사운드를 담은 새로운 현대 이미지가 21세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고통의 축제 2’의 작품 양식은 한국식 일인극(MonoDrama)을 보여준 1인 악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 구성이나 표현 양상도 신선했고 한국 음악의 정체성도 볼 수가 있었다. 두 작품을 연주한 소프라노 나혜경의 해석력과 표현력은 작품의 가치성을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마지막 순서로 연주한 김민 회원과 나덕성 회원과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Eine kleine nachtmusik)’는 음악회의 백미였다. 두 분(김민, 나덕성 회원)의 연주 모습을 보면 평생 현역의 참모습을 보게 되어 자랑스럽기만 할 때가 많다. 매년 예술원 음악회를 볼 때마다 갖게 되는 마음은 국내 음악계가 예술원 음악회를 바라만 보지 말고 예술원 음악회를 더 활성화되도록 참여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예술의 전당은 1년에 한 번 하는 예술원 음악회 대관을 원로 음악가들 우대 차원에서 우선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매 회 예술원 음악회가 만석인 것을 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평생 현역으로 연주와 작곡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원 회원들의 연주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음악계와 후배 지휘자 음악가들이 이제라도 이 좋은 생산적인 예술원 음악회를 관심 갖고 응원을 했으면 좋을성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