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근·현대 음악 작품이 태동한 시기는 아마 50년대 중반 나운영(1922-1994) 작곡 「12음 기법에 의한 피아노 삼중주 no.1」 (1955년 작)이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이 쏟아져나온 시기는 70년대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제 2세대 작곡가인 강석희, 백병동, 나인용, 박재열, 박중후, 김용진, 김정길(서울), 이영자(이대) 등이 그 대표적인 작곡가들이다. 이때 발표된 곡들은 강석희의 「Buru」(1976년 작), 백병동의 「현악 4중주 제 2번」(1977년 작), 「대사 더듬기」(1975년), 나인용의 「인성과 실내악을 위한 몽」(1978년), 김정길의 「추초문」(1979년), 박재열의 「남창과 실내악을 위한 가시리」(1977년), 박중후의 「소프라노와 실내 앙상블을 위한 음악」(1977년) 등이 70년대에 2세대들을 대표할 수 있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이후 80년대에 와서 제 3세대(이건용, 황성호, 유병훈, 정태봉, 진규영)가 출연했다. 이들은 소위 2세대의 작품들을 수용하고 극복해 새로운 창작 음악의 지평선을 열어보겠다고 창립한 작곡 소그룹이다. 창립(1981년) 초창기에 진보적인 성향으로 실험적인 창작 음악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자신들의 이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 세대(제 3세대)들한테 건질 만한 몇 작품이 나오긴 했으나 선배 세대인 제 2세대의 양만큼 우수한 걸작들은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재연의 가치성을 갖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은 이만방의 「현악 3중주를 위한 락」(1983년)과 「현악 4중주 제 2번 아미타」(1988년 작), 진규영의 「소프라노와 3인의 타악기 주자를 위한 명상」(1984년 작), 이건용의 「E음으로부터의 전주곡」(1981년 작)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세대를 초월해서 그나마 재연의 가치가 있고 예술 작품으로서 명작을 꼽는다고 하면 몇 곡을 말할 수 있겠다. 나인용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太」(1999년 작), 우종억의 「바이올린 협주곡 비천」(1992년 작)과 「현악 4중주 2번」(1988년 작), 임우상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향」(1990년 작), 오숙자의 「관현악을 위한 덧뵈기」(1980년 작), 이영조의 「남성 합창을 위한 경」(1975년 작)과 「오페라 황진이」(1999년 작) 등 몇 작품이 있다. 요즘 4, 5, 60대 즉 제 4세대들한테는 선배 세대들의 창작 음악 세계를 극복한 자신들만의 정체성이나 개성, 창의성 등이 내재한 작업 태도를 발견할 수가 별로 없다. 이 현상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정상일 수도 있다. 오늘날 급변하는 시대와 환경이 이들이 정체성이나 개성 등을 갖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다양성과 현실성을 추구하는 모습만을 낳게 하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요즘 4세대 작가들은 선배 세대들보다 학문적으로 많은 신학문과 정보 이론 등을 외국 유학에서 배우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2, 3 세대의 작품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 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곡 쓰기는 작곡 기법이나 기술만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진정한 작곡가라면 자신들이 모두 알고 있듯이 기법이나 기술은 곡 쓰기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이와 함께 작가 정신이나 양심 그리고 책임 의식이 병행되어야 좋은 작품을 낳을 수가 있다. 그러니까 작가의 철저한 곡쓰기와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발표되는 창작 음악 발표회 현장을 가보면(가능하면 모두 들어보려고 했으나 겹쳐지는 발표회는 못들었다.) 발표곡들이 작가 정신이나 철학이 빈약해 작곡가만의 창의성이나 정체성을 갖은 작품이 별로 없다. 오늘날 창작 음악 발표회 현장이 4, 5, 60대 즉 4세대로 세대 교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작품들이 과거(5, 60년 전) 작품을 복제하는 듯 낡고 안일한 곡쓰기로 무미건조한 작품 발표를 하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의 3세대들은 그래도 창작음악 작품으로 현실 참여를 했고 현대 세대들이 창작 세계를 극복하려고 노력도 했다. 물론 당시 상황(전두환 정권 시절)과 오늘날 상황과는 전혀 다르고 현실 참여 방법도 다를 수 있다. 그 다른 참여를 찾아서 해야 될 사람들이 예술가(작곡가)들이 아닌가? 오늘날 많은 작곡가들이 무의미한 곡쓰기와 필적 쌓기에 치중하는 모습도 문제다. 그리고 작곡 단체는 작가들이 친목회 기능이나 실적을 쌓는데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음악 역사를 보면 많은 작곡가들이 한 기법이나 곡쓰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곡 기법과 작품 양식 등을 개발해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쓰기를 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음악 역사에 큰 획을 그어왔고 좋은 걸작품들을 남긴 것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바흐의 푸가 기법,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슈베르트의 예술 가곡과 연가곡, 바그너의 음악극, 드뷔시의 온음계와 인상주의 창안, 쇤베르크의 12음열과 기법 그리고 표현주의, 필즈의 4분음, 하버의 미분음, 삐에르 쉐퍼의 구체 음악, 슈톡하우젠의 공간 음악, 아이메르트의 전자 음악, 필립글라스의 미니멀 음악, 밀튼 배빗과 조지 펄의 Set theory 등이 그들인데 우리나라 작곡가들도 새로운 곡쓰기에 대한 이론 체계를 수립해간다든가 세계 음악 역사에 남을 창작 음악을 창출해야만 할 것이다. 서양 작곡가들이 만든 작곡 이론이나 기법만을 안일하게 답습만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후진국 작곡가로 정체된 모습만 보이게 될 것이다. 최첨단의 작곡 기술 교육을 받고 최고의 시설에 의한 곡쓰기를 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있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은 작곡계와 작곡가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이지만 작곡 100년사가 넘는 우리나라 창작계가 한국적 창작을 위한 작곡 이론 체계도 학문적으로 논리화 시키지 못한 것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이에 대한 몇 권이 출간되긴 했으나 객관성이나 보편화된 논리 체계가 아닌 저자 개인의 곡쓰기 방법을 논술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작곡계는 작품을 양적으로 양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작곡 기술 이론 체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작가는 작품으로 자기 자신을 말해줘야 됨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이론가들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다. 광범위한 작곡 이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실제 작곡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가들은 체계적인 작곡 이론서가 나올 확률은 없다. 이번에 토론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는 창작 음악계의 작품 기법과 언어다. 세대마다 작가마다 내용과 작품 쓰기의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흐름은 신낭만주의적 표현 접근과 19세기에 있었던 국민주의의 표현 접근,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실험 작업 태도 그리고 표현주의와 신즉물주의의 혼합적인 표현접근 등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의 한국 창작 음악계의 실험 작업적인 태도는 21세기에 와서 아쉽게도 별로 볼 수가 없었다. 끊임없는 실험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곡쓰기를 해야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가 있을텐데 말이다. 국내 작곡계는 서구 근현대 작곡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문제 해결은 어떤 소재 접근이나 작곡기법을 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에 의한 정체성있는 곡쓰기를 어떻게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쉔베르크가 12음 기법 이전에는 자유무조 기법을 쓰면서 새로운 20세기 음악의 지평선을 열었듯이 우리나라 작곡계도 기존 논리나 기법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될 것이다. 물론 국악의 소재를 사용해서 한국 작가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서구 작가들의 작품과는 차별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위 신촌 악파(연세대 음대 중심의 작곡가), 그들은 나운영, 나인용, 박재열, 이만방, 최동선 등과 관악파(서울 음대 중심의 작곡가)들인 이건용, 황성호, 유병은, 진규영, 정태봉 등 제 3세대들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민족주의적인 표현 접근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창작 음악계와 작곡가들은 의식 구조와 창작 이념이 시대 발전과 그 양상에 걸맞게 변화해가야만 한다. 고민없는 작곡가가 된다든가 안일한 곡쓰기를 해 무책임한 작품 발표를 하는 비양심적인 작가도 없어야 한다. 창작의 진정한 의미는 창의적인 새로운 창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곡은 작가 자신이 진정한 참모습을 갖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지 못하고 과거 낡은 이야기로 정체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 창작 음악계의 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발표한 창작곡의 허점과 타계책
최근(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발표된 국내 작곡가들의 창작곡들을 들여다보면 낡은 것은 물론 너무 허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그 허점 몇 가지를 보면 첫째 구성력과 표현력의 빈약한 점이다. 이렇다 보니 곡 전체의 골격이 확실하지 못하고 내용이 투명하지 못해보였다. 이 원인은 작품성과 예술성의 질을 저하하게 하고 있고 내용 전달의 빈약성으로 말미암아 감동을 감소케하고 있다. 창작에 있어서의 정확한 기승전결의 설정은 내용 전달이 견고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창의성과 개성 그리고 특성의 빈약한 점이다. 작곡가 이름 석자를 삭제하면 국적 불명의 곡이 될 수 있다. 바흐나 베토벤, 드뷔시 등과 같이 개성과 정체성이 확실한 작곡가가 필요한 것이 작금이다. 세 번째는 시대성과 예술성있는 표현 접근과 곡쓰기가 빈약한 점이다. 최첨단 기제와 최신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대성에 부흥하는 예술 작품을 제대로 낳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세계 작곡 시장(The International summer courses for new music in darmstadt, Donauenschingen musiktage)들은 과거의 낡은 음악을 재탕하는 식의 창작 행위는 별로 볼 수가 없다. 국내 현대 음악 작곡가들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낡은 곡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것도 환경을 탓하겠는가? 그리고 작품 쓰기를 너무 속전속결로 쓰는 것도 문제다. 물론 몇 년 몇 달을 걸쳐 오랜 기간을 두고 작곡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걸작이 만들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여기에 작가 정신과 양식 그리고 작곡 기술 등이 함께 어우러져 삼박자가 잘 이루어져야 걸작 창작이 가능할 수가 있다. 세계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작곡가 단체들이 국내에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음악 역사에 획을 그어갈 수 있는 작품이 보이지 않는 것은 궁극적인 책임은 작곡가들에 있다고 본다. 한국 현대음악 100여년 사는 양쪽으로 작품 증가가 됐으나 질적인 창작 접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일부 몇몇 작곡가들이 국제적인 음악 사전이나 음악 전문서에 이름이 등재되고 작품들이 발표되어 국제적인 작곡가로 인식되어 가기는 했으나 문제는 발표되고 등재된 것이 세계적인 명분과 인지도 그리고 현시대에 맞는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이다. 요즘 국내 연주 현장에서 발표되는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별로 특성이 없고 고만고만한 유사품 내지 기존 현대 작품의 복제품 같은 인상을 주는 것들이 많다. 작곡 단체들도 자기들만의 특성이나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다. 동족 교배(?)된 생물체같이 획일화되고 퇴색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작품이 현 시대에 어울리고 음악사에 우뚝 서서 영원히 남을 걸작인가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는 작곡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상식 선에도 못미치는 졸작을 써서 발표를 위한 발표를 하는 무책임한 작곡가는 부끄럽게도 나는 아닌가 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해야될 사람은 국내 작곡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창작 음악계는 합동 발표회나 현대 음악제 등을 통해서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거나 연주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심지어 외국까지 가서 작품 교류 발표회까지 하고 있는데 한국 작품의 국제화 내지 국내 작품 홍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많은 작품 발표를 하다 보면 그 중에서 걸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많이 써서 발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작곡가들의 곡쓰기를 보면 대부분 비논리적이고 기초가 부실한 면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고 국적 불명의 무정체성도 느끼게 하고 있다. 물론 모든 작곡가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오늘날 세계가 지구촌화되어 가고 있는 이 마당에 국수주의적인 사고 운운하느냐고 질책하겠지만 윤이상의 창작 방법이나 작품 세계를 생각해보면 그의 세계화의 성공이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경쟁력있는 세계화를 위한 네 가지 모색
윤이상이 했듯이 국내 작곡가들은 정체성 찾기를 위한 곡쓰기를 이제라도 해가야만 한다. 정체성 수립을 해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곡가들을 보면 특히 작품들이 남다르다. 벨라 바르톡, 펜데르키, 스톡하우젠 등이 그들이다. 앞으로 창작 음악계가 국제 경쟁력있고 세계화를 성취하려면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지휘자들과 협업을 해가야 가능할 수가 있다. 윤이상, 박영희, 진은숙 등이 좋은 연주자와 지휘자를 만나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경우라 하겠다. 그나마 강석희가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외국 악단을 통해서 작품이 외국 창작 음악 시장에 여러 번 연주됐기 때문이다. 현대 작곡가들 중에도 국내 작곡 시장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고,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국 작곡계로부터 인정을 못받고 있고 세계화도 못하고 있는 기성 작곡가가 여럿 있다. 외국 연주자와 지휘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빛을 못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일부 현대 음악 작곡가들이 21세기판 Groove 사전에 등재를 위해 Groove 사전 관계자들한테 로비를 해서 성공한 일이 있다. 자연스럽지 못해 보였으나 스스로 국제 경쟁력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은 살만했다. 국제 경쟁력과 세계화를 갖기 위해서는 외국어(영어) 구사도 필수다. 이것이 제대로 안되어 세계화를 못하고 있는 작곡가들이 태반이 아닌가? 동아시아 국가들은 인접 국가들이기 때문에 국내 상호간에 국제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사용하는 문자나 언어도 공통점이 많고 음악도 유사성이 많기 때문이다. 상호 공통점과 특성을 뽑아내어 아시아 음악의 줄기를 만들어가고 각기 자국의 음악적 특성을 살려 21세기에 맞는 현대 음악 작품을 창출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이를 위해서 한국적인 표현 접근+작가의 개성과 특성 살리기+현대적인 표현 양상과 구조 체계를 살린 곡 쓰기를 제안해본다. 국내 작품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세계적인 걸작을 써야겠지만 세계 창작 음악 시장에 소개할 국제적인 지휘자와 연주자가 있어야 가능할 수 있다. 지휘자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라 장, 첼로의 장한나 등 같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국내 창작곡을 자주 소개하는데 동참해준다면 세계화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과거에는 한스폰빌로(1830-1894)가 브람스 작품을 소개했고 멘델손이 바흐의 작품을 소개해서 명곡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일을 보더라도 그렇다. 국내 작곡가들이 세계화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인 마인드가 결여된 점은 물론 세계 작곡 시장의 정보가 빈약한 것도 큰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 몇몇 작곡가들은 국제적으로 세계화를 해가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사람도 있긴 하나 자신들의 명분이나 신분 유지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끝으로 정리하겠다. 작품의 세계화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는 협회 산하의 국제 경쟁력있는 작품 쓰기와 세계화를 위한 제도적인 전문 기구나 전문 부서 설립을 하는 일이다. 국내 작곡 단체들 중에 몇몇은 전문 부서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기는 하나 단편적인 행사 용도로 전락하고 있어 아쉽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현대 음악제와 유대를 갖고 국내 유치를 위해서 국내 작품을 연주케하고 소개하는 일이다. 1997년에 ISCM 한국 지회가 World Music Days를 서울에서 유치한 일이 있긴 했으나 우리 것에 대한 세계화는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한국 전통 음악이나 춤 등 과거 것을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데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 일본의 작곡가 도시오 호스카와는 최근에 일본의 소도시인 아키오 다시에서 독일의 다름슈타트 현대 음악제를 재현하는 아키오 다시 국제 현대음악 축제를 오랫동안 개최한 일이 있었다. 그는 일본 창작 음악계에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서 공헌을 많이 했다. 이 음악제로 말미암아 많은 젊은 작곡가들이 세계 창작 음악계에 진출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동아시아 작곡가들이 상설 작품 은행을 만들어 작곡가들이 상호 작품 교류를 하고 국제 창작 음악 시장에 세계화를 꾀하는 일이다. 국제화 내지 세계화는 이런 국제적인 통로를 만들어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 동아시아 작곡가들이 작품 은행을 만든다면 국제화하는 데 더 수월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작곡가 협회 부설로 하되 회장국의 변화에 따라서 옮기지 말고 한 곳에 정착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품 은행은 동아시아 작곡가들의 상호 작품 이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네 번째는 이론가들이 국내 작곡가를 논문과 이론서로 집중 조명하는 일이다. 우리말로 된 논문이나 몇 권의 작가론은 나와있으나 외국어로 된 것은 별로 없다. 이 반면에 외국 작곡가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리게티, 블레즈, 펜데레키, 올리비에 메시앙의 음악과 색채, 제나키스, 루트술라브스키와 그의 음악, 스톡하우젠 등이 그 좋은 예인데 부럽기만 하다. 국제적인 연주자들의 노력과 함께 국내 이론가들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 작금이다. 앞으로 진정한 창작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작곡가들은 정리했으면 한다. 어떻게 만들어진 창작이 감동을 줄 수 있고 창작 음악의 진정한 내용은 무엇인가. 소위 걸작품이라는 것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에 내재된 작곡가의 정체성은 어떤 음악적 표현 양상을 갖고 있는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오늘날(21세기) 한국 창작 음악의 참모습은 어떤 것이고 과거 작품들과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긴 모양새여야 되는지 이것을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