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주법은 지난 회에서도 말했지만 앙상블음악 구도의 수학적, 물리학적 구조의 조화로움을 전제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연주를 하면서 어떻게 이 4분음이나 8분음 또는 2분음표는 어떤 길이로 하거나 어떤 세기(다이나믹)로 한다는 약속을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듯 막연한 앙상블 주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프레이즈에도 많은 음표들이 있어 그 자체의 정리도 쉽지 않은데 한 악장이나 협주곡은 3악장, 교향곡은 4악장이고 조곡이라면 6~8 악장이상도 있을 수 있는데 그 많고 다양한 음가들을 어떻게 약속하고 한단 말인가. 아마도 연주할 때 몇 마디도 못나가서 확인하고를 끝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앙상블 주법의 핵심은 심리적 음가다. 음악 미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심리적 음가는 음악의 어떤 변화에도 능숙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물론 앙상블 단체가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심리적 음가를 구사한다 해도 몇 명씩은 오차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게 앙상블 클리닉이다. 여기서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 연주자들의 앙상블 음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다. 많은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앙상블이기 때문에 나는 그 중 작은 한 부분일거라는 생각과 그에 따라 연주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악보를 노래해야 하는 거다. 지난 몇회 인가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다룰 때다. 클리닉 지휘는 지휘가 아니라 up & down으로 카운트만 한다. 그것도 때에 따라서는 그 카운트가 눈에 보이지 않게 하기도 한다. 바로 연주자들 스스로가 자기 음악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앙상블을 이루게 하기 위해 유도하는 지휘이기 때문이다. 앙상블 음악이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능력 연주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단체의 존재 핵심이 바로 자율적인 앙상블 능력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심리적 음가로 연주된다면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바로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휘자들의 리더 쉽을 보자. 모든 게 자신의 지휘에 의해 이루어지기를 요구하고 바란다. 이건 단원들이 음악 예술인이기 이전에 자동화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는 단순 노동자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연습이 바로 음악의 완성이고 그 완성된 음악은 미안하지만 폐기물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숨 쉬고 살아있어서 생명력 있는 음악이 아니라 죽은 음악일수 밖에 없다. 음악에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바로 설득력과 연결되고 그 설득력은 감동이 되는 게 음악 예술인데 그 음악이 무의미하고 죽어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자율적인 연주가 이루어진다면 심리적 음가는 함께 하는 단원 모두의 통일된 음가로 자연히 발전될 것이다. 물론 앙상블은 엄격하게 음의 물리적 현상으로 보면 철저한 수학적 질서다.
그것은 배음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수학적 질서다. 특히 관악 앙상블 음악의 조화로움으로 보면 통일되고 조화로운 미술의 화판이다. 여기서 통일되고 조화롭다는 말은 음색이 통일되었을 때를 말한다. 관악기는 현악기에 비해 분명하고 강조 적으로 드러나는 음색을 가지고 있다. 그 음색이 목관악기의 경우 목가적이라는 우아하고 넉넉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 비해 금관악기는 야성적이면서도 풍성한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풍성한 우아함은 바로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나타나는 걸림이 없는 음향 상태를 말한다. 그 풍성한 진동폭이 특별한 연습을 거쳐 음색으로 모아지면 앙상블에서도 배음 작용이 일품이지만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음색의 어울림은 피카소의 화판 이상가는 예술적 화판이 되는 것이다. 그 멋지고 구도적이면서도 조화로운 화판을 연주에서도 만나 볼수 있다. 음가 절대치에 의한 앙상블 음가가 심리적 음가로 발전되어 나타나는 구도적인 조화로움은 현악 4중주에서는 보로딘 현악 4중주고 관악 앙상블로는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페스티벌에서 모여 연주 단체가 된 게르만 브라스다. 캐나디안 브라스의 경우는 제한적이라 바흐의 "푸가의 기법"연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연주는 세계적으로 관현앙상블 단체가 그렇게 많지만 그중 손꼽을 만큼 특별한 앙상블을 보여 주고 있다.
